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둘러싸고 여야의 정면충돌이 본회의장에서 극한으로 치달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법안 저지를 내걸고 무제한 토론, 이른바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국회는 밤샘 정국으로 접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역대 최장 기록까지 새로 쓰였다.
국회에 따르면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를 담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전날 오전 본회의에 상정되자, 장 대표는 곧바로 첫 토론자로 단상에 섰다. 오전 11시 39분 시작된 그의 발언은 밤을 넘겨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이날 오전 8시 30분을 기준으로 약 20시간에 육박하는 장시간 토론이 계속됐다. 이날 오전 5시 3분 무렵에는 기존 최장 기록을 넘어섰다. 앞서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이 지난 9월 세운 17시간 12분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제1야당 대표가 직접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 자체도 전례 없는 일로 평가된다. 장 대표는 토론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 법안의 위헌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민주당이 특정 사건과 인물을 겨냥해 사법 절차를 재단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했던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아직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권이 입법으로 결론을 앞당기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장 대표의 장시간 토론에 힘을 실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장 대표가 최장 기록을 경신하자 소속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의원들은 도착하는 대로 본회의장에 입장해, 민주당의 입법 폭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태 달라”고 독려했다. 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지키며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법안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24시간이 경과하면 국회법에 따라 표결로 토론을 강제 종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날 오전 중 종결 동의안을 처리한 뒤 곧바로 법안을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국가 질서를 흔드는 중대 범죄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다루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며,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시간 끌기’로 규정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의 기록적인 장시간 토론이 법안 처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민주당의 강행 처리 수순 속에 상징적 저항으로 남을지는 이날 본회의 표결 결과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편 민주당 소속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에서 밤새 자리를 지키며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을 들었다. 정 장관은 필리버스터 시작 후 18시간이 지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장 대표가 혼자 계속 토론하고 있다. 저도 국무위원석에 계속 앉아 있다"며 "대화 타협이 실종된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떤 게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의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성찰해봤으면 하는 허망한 기대를 해 본다"고 적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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