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세전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시행 예정일이 불과 8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국회는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2026년 1월 1일 시행을 원칙으로 고수하는 야당과 2년 추가 유예를 주장하는 여당의 입장이 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팽팽히 맞서면서,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가상자산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로 얻은 소득 중 25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20%(지방소득세 포함 22%)의 세금이 부과된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하고 과세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세 시점을 2028년까지 2년 더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특히 가상자산 투자의 핵심 층인 2030 세대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여당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 이용자에 대한 과세 사각지대가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만 옥죄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을 내세우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최근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며 당내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다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마당에 코인 과세까지 유예할 경우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섣불리 유예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새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주요 가상자산 커뮤니티에는 "정확한 세금 산출 방식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장 다음 주부터 세금을 내라는 것이냐"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복수의 거래소 관계자는 "과세 시스템 구축은 마쳤지만, 취득가액 산정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시행 초기 민원 폭주 등 대혼란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정치적 셈법을 떠나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지 않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길동 한국디지털자산연구원장은 "과세의 당위성에는 동의하지만, 징세 행정의 준비 부족과 시장 위축 우려를 무시한 강행은 조세 저항만 부를 뿐"이라며 "이번 주 내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연초 '코인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국회는 이번 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 부수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지만,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이 최종 포함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800만 코인 투자자의 눈과 귀가 여의도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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