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기자] 남원시의회가 제275회 정례회를 끝으로 2025년 한 해 의사일정을 마무리했다. 의회는 조례 제·개정 123건을 포함해 총 231건의 안건을 처리했고, 행정사무감사에서는 651건의 시정 및 개선 사항을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성과다. 그러나 의정의 평가는 숫자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민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함께 따라야 한다.
남원시의회는 올 한 해 ‘민생 중심 의정’을 강조해 왔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49억 3,400만 원을 삭감하며 재정의 효율성을 높였고, 소상공인과 농업인을 위한 조례를 발의하며 제도적 기반을 정비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삭감된 예산이 어디로 재배치됐는지, 그 결정이 시민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조례가 통과됐다는 사실과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행정사무감사 역시 같은 질문을 남긴다. 651건의 지적 사항 가운데 실제로 개선이 이뤄진 사안은 얼마나 되는지, 반복적으로 지적됐으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견제와 감시는 지적 자체보다 그 이후의 변화로 평가받는다. 이 지점에서 남원시의회의 의정 성과는 시민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다.
민생 경제를 다뤘다는 의회의 강조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 지원과 농업 소득 안정을 위한 조례가 마련됐지만, 고령화와 영세성이 겹친 남원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진단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속에서 시민이 체감한 변화가 무엇인지, 의회의 정책 개입이 어떤 완충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의정 활동은 제도 정비 수준에 머문 인상을 준다.
시민 소통을 강조한 부분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각종 간담회와 현장 방문은 활발했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과 이견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요구가 수용되지 못한 사례나 조정에 실패한 현안이 빠지면서, 소통은 만남의 기록으로만 남았다. 시민과의 대화는 공감의 확인이 아니라 선택과 판단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보다 솔직한 공개가 필요해 보인다.
공공의대 설립,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초고압 송전선로 대응 등 굵직한 지역 현안에 적극 나선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촉구와 결의, 집회 참여라는 과정 중심의 활동에 비해 결과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적이다. 의회의 역할이 지역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그칠 것인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정치적 협상력과 전략에 달려 있다.
의회 스스로 ‘공부하는 의회’를 표방하며 연구단체 활동과 연수를 이어온 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연구 결과가 정책으로 연결된 사례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서, 내부 역량 강화가 시민의 일상 변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연구와 교육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점에서 성과의 귀결이 중요하다.
김영태 의장은 한 해를 돌아보며 시민과의 소통과 과정의 충실함을 강조했다. 안정적인 메시지였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과 의회가 바꾸지 못한 지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성찰은 성과를 정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이유를 설명할 때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남원시의회의 2025년 의정 활동은 분명 많은 일을 해낸 한 해였다. 동시에 시민에게는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을 남긴 한 해이기도 하다.
이제 의회 앞에 놓인 과제는 성과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과의 한계와 미완을 스스로 점검하고 시민 앞에 설명하는 일이다. 그 과정이 있을 때 의정은 기록을 넘어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