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재정 국면에서 끌어낸 국비의 의미와 정치적 무게
국가예산이 바꾸는 남원의 경제 구조와 시민의 일상
[시사의창=소순일기자] 국가예산은 지방정부의 능력을 가장 냉정하게 드러내는 결과물이다. 말과 구호, 비전 선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국비로 반영된 사업은 중앙정부가 그 지역의 전략과 방향에 동의했음을 의미한다.
남원시가 2026년도 국가예산에서 국비 1,802억 원, 총사업비 1조 5,656억 원 규모를 확보한 것은 남원의 미래 구상이 국가 정책의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는 증거다.
이번 성과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긴축과 효율을 동시에 요구하는 예산 기조 속에서도 남원시는 방향을 잃지 않았다. 모든 사업을 나열하지 않았고, 도시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전년 대비 147억 원 증가라는 수치는 행정의 선택이 결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국가예산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은 지방소멸이라는 현실 앞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지방정부의 자체 재원만으로는 산업 전환, 인프라 확충, 인구 구조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
국비는 재정 지원을 넘어 국가 전략 속에서 해당 지역이 맡은 역할을 확인받는 과정이다. 남원이 확보한 경찰수련원, 공공보건의료대학, 유소년 스포츠 콤플렉스, 연합형 행복기숙사, KTX 남원역세권 투자선도지구는 모두 국가 정책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 사업들이 남원에 남기는 변화는 분명하다. 경찰수련원과 공공보건의료대학은 상시 체류 인구를 만든다. 이는 숙박과 소비, 고용으로 연결된다. 역세권 개발과 드론·바이오 산업은 남원의 산업 구조를 농업 중심에서 미래 산업과 결합된 구조로 전환시킨다. 문화관광과 농업, 재해 예방 사업은 도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한다. 개별 사업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다.
경제적 효과도 명확하다. 대규모 국비 사업은 건설 단계에서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운영 단계에서는 전문 인력과 청년 인구를 불러온다. 이는 상권 활성화와 주거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산업단지와 스마트팜, 바이오 관련 사업은 지역에 머무는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형성한다. 남원이 소비만 하는 도시에서 생산과 연구가 이루어지는 도시로 이동하는 경로가 여기에 있다.
시민이 느끼는 변화 역시 다르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은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재해 예방과 도시 환경 개선은 안전과 생활의 안정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 체육과 문화시설, 쾌적한 주거 여건은 삶의 선택지를 넓힌다. 국가예산은 행정의 성과를 넘어 시민의 시간과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반복된 준비 과정이 있다. 신규사업 발굴 보고회, 중앙부처와 국회 방문, 공모사업 대응 전략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치적 수사보다 행정의 집요함이 앞섰고, 그 과정에서 남원만의 논리와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래서 이번 성과는 일회성 결과가 아니라 축적된 과정의 귀결이다.
최경식 시장의 시정을 평가할 때 핵심은 액수의 크기가 아니다. 국가예산을 통해 남원이 어떤 도시로 가려는지, 그 방향이 국가 정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는 남원이 더 이상 주변부에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국가 전략 속에서 기능을 부여받는 도시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예산 확보는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를 여는 출발선이다. 남원시는 이미 2027년도 국가예산을 향한 준비에 들어갔다. 예산은 정치의 결과물이지만, 그 효과는 시민의 삶으로 돌아온다.
지금 남원에서 진행 중인 변화는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도시의 위상이 바뀌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