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중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해당 사건이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을 넘어 종교단체와 정치권의 부적절한 유착을 드러낸 중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특검팀은 권 의원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해 달라고 구형했다. 특검은 권 의원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대가로 정치적 편의를 제공했다는 점을 핵심 범죄 사실로 제시했다.
박상진 특별검사보는 최종 의견 진술에서 “피고인은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종교단체와 결탁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며 “이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정면으로 배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권 의원의 행위가 단순히 불법 자금을 받은 데 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특검보는 “피고인은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했고, 그 이해관계가 실제 정치 과정에 반영되도록 했다”며 “국회의원의 지위와 권한을 사적·종교적 이해관계에 종속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특검은 이 같은 유착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특검보는 “그 과정에서 해당 종교단체가 대통령 선거와 당대표 선거에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자유롭고 공정해야 할 정치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고,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 의원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특검 수사의 신빙성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어떠한 금전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의 관계에 대해 “피고인은 윤 전 본부장을 처음 만난 사이로, 신뢰 관계가 형성될 여지가 없었다”며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서 거액의 돈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 측은 특검 수사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변호인은 “검사는 돈을 줬다는 취지로 적힌 다이어리를 확보하고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토대로 구속 절차를 밀어붙였다”며 “그러나 그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호인은 현실성을 문제 삼으며 “무게 2㎏에 달하는 쇼핑백을 들고 이동하면 종업원이나 주변 사람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시대”라며 “누구나 얼굴을 아는 국회의원이 1억 원 때문에 그런 위험을 감수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검사와 변호사 경력을 모두 가진 피고인의 상식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교인들의 표와 조직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는 대가로,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시 교단 관련 현안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현재 구속기소된 상태다.
특검팀은 지난해 9월 16일 권 의원을 구속한 뒤, 같은 해 10월 2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후 권 의원은 약 석 달간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구속된 지 석 달 만인 지난 12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 달라며 보석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보석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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