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농협 유덕근 조합장과 임원들이 이웃돕기 쌀 330포를 기탁하고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 최진수 기자


[시사의창=최진수기자] 겨울 복지는 말이 아니라 ‘한 포대’로 판가름 난다. 난방비와 물가가 동시에 압박하는 연말, 취약계층의 식탁은 가장 먼저 흔들린다.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에서 고창농협이 이웃돕기 쌀 330포를 기탁했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이 행사가 올해만의 이벤트가 아니라, 고창농협이 매년 연말마다 꾸준히 이어온 정례 나눔이라는 점이다. 지역 농협이 지역의 최소 안전망을 ‘관행’이 아닌 ‘책무’로 반복해온 현장이다.

고창읍 주민행복센터 앞 전달식…읍·면 단위로 쪼개 ‘현장 속도’ 높여

고창농협은 2025년 12월 16일 오전 11시 30분, 고창읍 주민행복센터(고창군가족센터) 앞에서 이웃돕기 쌀 330포 전달식을 진행했다. 물량은 고창읍 150포, 고수면 90포, 부안면 90포로 배분됐다. 한 곳에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생활권 단위로 나눠 필요한 가정에 더 빠르게 도착시키는 구조다. 복지는 ‘총량’보다 ‘도착률’이 핵심이다. 전달 속도가 늦고 기준이 흐리면, 기탁 규모가 커도 체감은 줄어든다.

유덕근 조합장 “매년 해오던 일, 올해도 똑같이 해야 한다”

이날 현장에는 유덕근 고창농협 조합장과 신연수 수석이사를 비롯한 고창농협 임원들이 참석했다. 유 조합장은 “연말이 되면 더 어려운 이웃이 분명히 생긴다. 지역 농협은 그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매년 이어온 나눔을 올해도 동일한 원칙으로 추진했음을 강조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지역 상생 모델로 굳혀야 한다는 메시지다.

고창농협의 이웃돕기 쌀 기탁은 해마다 연말에 진행돼 왔다. 해가 바뀌어도 취약계층의 겨울은 반복되기 때문이다. 지원이 단발성 행사로 끝나면 다음 달, 그 다음 달에 공백이 생긴다. 그래서 ‘매년 한다’는 말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지켜온 최소한의 약속이다.

‘현금’ 아닌 ‘쌀’…즉시 투입 가능한 생계 지원, 지역 농업 순환도 함께

이번 기탁이 쌀로 이뤄졌다는 점도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쌀은 가정에 즉시 투입되는 생필품이다. 동시에 지역 농업의 성과물이기도 하다. 즉, 이번 지원은 취약계층의 식생활 안전망을 보강하는 동시에,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다시 지역으로 환원되는 순환을 보여준다. 농협이 왜 존재하는지, 농업·농촌과 지역 공동체가 왜 분리될 수 없는지 현장에서 설명해주는 장면이다.

기탁은 시작일 뿐…전달 기준·사후 점검이 신뢰를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탁 이후다. 누가 언제 어떻게 전달받는지, 중복 지원은 없는지, 사각지대는 남지 않는지까지 점검돼야 한다. 선의는 출발점이고, 신뢰는 관리로 완성된다. 읍·면 단위에서 대상자 발굴과 전달 과정이 촘촘히 작동할수록, 고창농협이 매년 이어온 나눔은 ‘행사’가 아니라 ‘제도’가 된다.

연말이 지나면 관심은 금방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취약계층의 겨울은 그대로 남는다. 고창농협이 매년 되풀이해온 이 나눔이 의미 있는 이유는, 지역이 스스로 지역을 버티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계속 가동해왔기 때문이다. 그 반복이 곧 공동체의 체력이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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