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 창=조상연 기자] 성남시에 전세로 거주하는 외국인 가운데 5년 이상 장기체류자가 절반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들을 더 이상 ‘단기 체류 외국인’이 아닌 장기 거주자이자 지역 생활 구성원으로 보고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남시가 2025년 5월 기준 관내 전세 거주 외국인 가구 712가구를 대상으로 체류 기간과 거주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64.7%가 한국 체류 기간 5년 이상인 장기체류자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15년 이상 체류한 비율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단기 체류’라는 통념과 달리 성남시 외국인 상당수가 사실상 장기 정주 인구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조사에 따르면 전세 거주 외국인 가구의 가구당 평균 한국 거주 기간은 약 10년으로 집계됐다. 2023년 기준 성남시 외국인 인구 중 전세 거주 비율은 81%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대부분이 가족 단위 생활, 자녀 교육, 근로 및 자영업 등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는 전세 거주 외국인의 출신국, 직업, 소득수준, 가족 구성 등도 함께 분석해 주거 취약 정도를 세분화했다. 조사 결과 일부 집단은 소득과 고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언어·정보 부족으로 정책 지원 접근성이 낮았고, 또 다른 집단은 불안정 고용과 높은 주거비 부담이 겹쳐 전세보증금 마련과 갱신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 계약 형태와 보증금·월세 수준을 살펴보면, 보증금과 차임이 모두 높은 ‘고비용 전세’ 비중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계약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높은 보증금에 노출돼 있어, 계약 분쟁이나 보증금 미반환 등의 위험에 취약한 계층으로 지목됐다.
연령·가족구성별로는 30~40대 경제활동 인구와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초·중·고 자녀를 둔 가구 상당수가 장기체류자이자 장기 전세 거주자로 확인되면서, ‘외국인 가정의 주거 불안이 곧 아동·청소년의 교육 및 성장환경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조사에서 전세 거주 외국인 다수가 ‘향후에도 성남에 계속 거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도 주목된다. 이는 이들이 일시적 체류자가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지속적인 구성원이라는 점을 보여주며, 주거 정책뿐 아니라 교육·복지·고용정책 전반이 장기 거주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는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현재 상당수 중앙·지방정부의 외국인 관련 정책은 여전히 ‘단기 체류자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보제공이나 통역, 기초 생활지원이 중심이지만, 장기 전세 거주 외국인의 주거 안정, 자산 형성, 지역사회 참여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성남시 전세 거주 외국인을 ‘단기 체류자’가 아닌 ‘장기 거주자·정주민’으로 재규정하고, 이에 맞춘 새로운 정책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장기 체류 외국인에 특화된 주거 안정 프로그램, 전세보증금 보호 장치, 주택 금융·보증 지원, 계약 피해 예방 교육 등이 우선 과제로 꼽혔다.
또한 장기 거주 외국인의 지역사회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주 기간과 자녀 교육, 지역경제 기여도를 감안한 맞춤형 지원, 주민자치와 지역 거버넌스에 외국인 대표성을 반영하는 방안 등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외국인이 더 이상 ‘잠깐 머무는 손님’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의 장기 전세 거주가 일상화된 만큼, 주거·복지·교육·노동 시장 전반에서 이들을 포함한 ‘다문화·다국적 상시 거주 도시’로의 구조 전환을 염두에 둔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남시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향후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전세 거주 외국인 실태를 반영한 주거·복지·교육 정책 보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장기체류 외국인을 포괄하는 주거 안정 대책이 마련될 경우, 수도권 타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조상연 기자(pasa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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