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기자] 사고는 한순간이지만, 그 이후의 삶은 숫자로 결정된다.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일용직 노동자의 회복 가능성을 가르는 기준은 현장의 고통이 아니라 ‘보통인부 노임단가’라는 하나의 수치다. 이 숫자가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질문은 오래전부터 현장에 남아 있었다.

시사의창 전북동부취재본부장 소순일


보통인부 노임단가는 행정과 보험, 법률 영역에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사고 보상, 휴업손해, 손해배상 산정의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잡부에게 이 기준은 제도의 보호 장치라기보다 생계의 한계를 규정하는 선에 가깝다.

평균이라는 이름으로 설정된 수치가 각자의 노동 조건과 위험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보통인부는 특별한 자격이나 기능을 요구하지 않는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정의된다. 건설현장의 잡역 인력, 제조업 현장의 보조 인력이 대표적이다.

법원 판례는 보통인부 노임단가를 누구나 일정 기간 노동에 참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평균적 소득으로 인정해 왔다. 이 정의는 제도 운용의 편의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노동을 획일적인 기준 속에 가두는 결과를 낳았다. 작업 강도와 위험도, 근로 형태의 차이는 기준 산정에서 배제됐다.

2025년 하반기 기준 보통인부 노임단가는 일급 17만1,037원이다. 월 가동일수 20일을 적용하면 약 342만원 수준이다. 수치만 보면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일용직 노동자의 현실은 다르다.

공정 지연과 기상 여건, 현장 사정에 따라 근로일수는 쉽게 줄어든다. 하루를 쉬는 순간 수입은 사라진다. 평균임금이라는 표현과 실제 생활 사이의 간극은 여기서 발생한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이 간극은 더욱 커진다. 휴업손해와 장해 보상은 대부분 보통인부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사고 이전의 장시간 노동이나 고위험 작업은 반영되지 않는다. 그 결과 지급되는 보상금은 치료비와 생활비를 동시에 감당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현장에서 반복된다.

전북의 한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50대 일용직 노동자는 낙상 사고로 수술을 받았다. 치료 기간은 석 달 이상이었지만, 휴업손해는 보통인부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계산됐다.

현장에서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하며 벌던 실제 수입과는 차이가 컸다. 그는 “사고 전보다 힘든 건 몸보다 생활”이라고 말했다. 기준은 있었지만, 삶을 회복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2026년 보통인부 노임단가는 인건비 상승 흐름에 따라 인상이 예상된다. 그러나 일급 기준 몇 천 원의 조정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기준이 무엇을 반영하고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지에 있다. 평균값에 머무는 한, 위험 부담은 계속 개인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 산업재해 보상 산정 과정에서 실제 근로일수와 작업 강도를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보완 기준이 요구된다. 고위험 현장에 투입되는 일용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가중 계수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

직무 유형별로 세분화된 기준을 도입해 보통인부 노임단가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통인부 노임단가는 사회가 일용직 노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평균이라는 기준은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노동 보호의 실효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위험을 감수하는 노동이 제도 안에서는 가장 늦게 보호받는 구조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사고 이후 삶을 결정하는 숫자 하나가 지금처럼 유지돼도 되는지,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보통인부 노임단가를 둘러싼 논의는 결국 일용직 잡부의 노동을 비용이 아닌 사회의 책임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