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농어촌육성재단 업무협약식 / 고창군 제공


[시사의창=최진수기자] 고창군이 농어촌 청소년의 ‘기회 격차’ 해소를 전면에 내걸고 민간 전문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고창군은 지난 11일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과 농어촌 지역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 지원 및 활동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역 안에 머물러야 했던 청소년 활동의 범위를 국제교류, 진로체험, 대학탐방으로 넓히겠다는 선언이다.

협약식은 고창군청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심덕섭 고창군수, 채명숙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사무총장을 비롯한 양측 관계자와 고창군 내 청소년지도자, 자치위원 학생들이 참석했다. 단순한 ‘기관 간 서명’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청소년 당사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약속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점이 눈에 띄었다. 협약문이 오가는 동안 회의실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청소년 정책을 실적이 아닌 ‘권리’로 접근하겠다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농어촌이라서 덜 누리는 일 없게”…협력 범위 넓혔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농어촌 지역 청소년에게 보다 다양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간 청소년 활동 격차를 해소하는 데 있다. 실제로 농어촌 청소년 정책의 고질적 문제는 ‘프로그램의 빈칸’이 아니라 ‘접근성의 단절’이었다. 이동, 정보, 네트워크가 겹겹이 막히는 구조 속에서 개인의 의지로만 돌파하기 어려운 벽이 존재해 왔다. 고창군은 이를 행정 단독으로 해결하기보다, 전문기관과의 파트너십으로 구조를 바꾸는 방식을 선택했다.

양 기관은 협약을 통해 ▲국제 청소년 교류 및 탐방활동 ▲진로체험활동, 대학탐방활동 등 청소년 체험활동 ▲농어촌 청소년의 육성과 복지증진을 위한 새로운 사업 개발 등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경험의 폭’을 넓히고, ‘진로의 시야’를 키우며, ‘지역의 한계’를 정책으로 보완하겠다는 로드맵이다.

재단 “성장 기반 강화”…군 “기회 놓치지 않게 든든한 지원”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채명숙 사무총장은 “고창군과의 협력이 농어촌 청소년의 성장 기반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교류와 지원으로 지역 간 격차 없는 청소년 정책 실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지속성’과 ‘정책 실현’을 함께 강조한 대목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협약을 경계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심덕섭 고창군수도 “이번 협약을 계기로 고창군의 청소년들이 농어촌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도록 든든한 지원자가 되겠다”며 “이 자리가 지역 주민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더 큰 희망을 만들어주는 기회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청소년 정책이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기회 보장’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행정의 방향성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관건은 실행력…현장 체감 프로그램으로 이어져야

협약의 성패는 문구가 아니라 실행력에서 갈린다. 국제교류와 탐방, 진로체험은 ‘기획’보다 ‘운영’이 어렵다. 참가 기준의 공정성, 취약계층 접근성, 이동·안전 관리, 사후 멘토링까지 패키지로 설계되지 않으면 체감 성과가 떨어진다. 더구나 농어촌 청소년 정책은 사업이 늘어날수록 ‘참여할수록 부담이 커지는’ 역설이 생기기도 한다. 프로그램이 청소년을 호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청소년의 일상과 학업, 가정 여건을 고려해 찾아가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협약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지역 간 격차를 개인의 노력으로 돌리는 관행에서 벗어나, 행정과 전문기관이 공동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점에서다. 전북특별자치도의 농어촌 현장은 지금도 청소년 인구 감소와 교육·문화 인프라 격차라는 복합 과제를 안고 있다. 고창군이 이번 MOU를 ‘성과 관리’ 가능한 정책으로 끌어올릴 경우, 단순한 지역 사업을 넘어 전북특별자치도형 청소년 성장 모델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최진수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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