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성민 기자] 골프 시뮬레이터 기업 골프존이 국내 매출 둔화 속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고성장을 이어가며 글로벌 골프 플랫폼 기업으로서 입지를 키우는 중이다.
㈜골프존(각자대표이사 박강수·최덕형)은 12일, 미주법인이 2025년 3분기 기준 36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골프존의 전체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3,7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 줄었지만, 미국 매출만큼은 예외적으로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린 셈이다.
이 같은 실적은 미국 골프 시장의 무게중심이 필드(온코스)에서 스크린골프·실내 시뮬레이터·골프 엔터테인먼트 등 오프코스(Off-course)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 곳곳에서 스포츠펍, 레저 복합공간, 실내 골프 라운지 등이 늘어나면서 골프 시뮬레이터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상황이 골프존 실적에 직결된 모습이다.
골프존은 이 흐름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골프협회(USGA)와의 전략적 제휴도 강화했다. 골프존은 USGA가 매년 개최하는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과 U.S. 여자 오픈 프레젠티드 바이 알리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며, 두 대회의 공식 인도어 골프 시뮬레이터로 지정됐다. 이번 파트너십에 따라 골프존은 2027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미국 골프 팬과 일반 소비자에게 ‘미국에서 만나는 골프존’이라는 인식을 심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시뮬레이터 시장에서는 각국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골프존은 플래그십 모델인 ‘투비전 NX(TwoVision NX)’를 앞세워 스포츠바, 레크리에이션 시설, 실내 엔터테인먼트 매장 등으로 공급처를 넓혀가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에 문을 연 골프존소셜 3호점처럼, 현지 생활권과 밀착된 소셜형 실내 골프 공간을 늘리는 작업도 병행하며 미주 시장에서의 브랜드 노출을 강화하는 중이다.
미국 골프 인구 구조 변화도 골프존에게 호재로 작용한다. 미국 국립골프재단(NGF)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서 골프를 즐긴 인원은 온코스와 오프코스를 합쳐 약 4,72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필드 라운드를 즐기는 온코스 골퍼는 약 2,810만 명, 스크린골프·실내 연습장·골프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이용하는 오프코스 골프 참여자는 약 1,910만 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골프를 ‘필드에서만 치는 스포츠’로 보던 인식이 ‘경험·엔터테인먼트 중심 레저’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필드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2024년 미국에서 기록된 필드 골프 라운드는 약 5억 4,500만 회로, 팬데믹 이전인 2015~2019년 5년 평균보다 10%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는 단순히 골프 인구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1인당 라운드 수까지 함께 증가하는 구조적 변화로 읽힌다. 오프코스에서 골프를 처음 접한 이들이 필드로 진입하고, 기존 골퍼들도 실내 시뮬레이터와 필드를 병행하는 패턴이 확산되는 흐름이다.
미국에서 출범한 시뮬레이션 골프 리그 TGL도 이 같은 변화를 가속하는 변수로 꼽힌다.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등 세계적인 PGA 스타들이 참여한 TGL은 대형 스크린과 실시간 데이터, 팀 매치를 결합해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골프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TV와 온라인 중계를 통해 시뮬레이션 골프가 대중 오락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오프코스 골프와 시뮬레이터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골프존은 이러한 시장 구조 변화를 ‘금쪽 같은 타이밍’으로 보고, 현지화 전략과 공격적인 아웃바운드 영업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미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설치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늘리면서,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골프 문화와 여가 트렌드를 함께 제안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골프존 미주법인 관계자는 “최근 미국 현지에서 골프 시뮬레이터와 관련한 문의와 관심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USGA 두 메이저 챔피언십과의 공식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골프존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고,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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