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1월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비상계엄이 해제된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 지휘부를 질책하며 “그러게 잡으라고 했잖아요”,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공개됐다. 계엄 해제를 둘러싼 당시 대통령의 대응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합동참모본부 지하 작전시설에서 이루어진 이 발언은 향후 재판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증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열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속행공판에서 나왔다.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계엄 당시 합참에서 군사 관련 실무를 맡았던 인물이지만,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신원은 비공개 처리됐다. 그는 앞선 군사재판에서도 증언한 바 있으며, 이날도 가림막을 두른 채 진술을 이어갔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쯤 합참으로 복귀해 지하 전투통제실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이미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등이 모여 있었고, 박 전 총장과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이 국회 병력 증원 필요성을 두고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했다. 이후 A씨는 국회 주변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던 시각, TV 중계를 통해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작전회의실로 이동했지만, 자리를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다시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로 향했다고 한다.

그가 결심지원실에 들어섰을 때가 4일 오전 1시 17분이었다. 그 시각 그 안에는 윤 전 대통령이 있었고, 그는 김 전 장관에게 강한 어조로 말을 퍼붓는 중이었다고 A씨는 기억했다. A씨는 윤 전 대통령이 “핑계… 그러게 잡으라고 했잖아요”라며 국회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책임을 따지는 듯한 말을 했고, 이어서 “다시 걸면 된다”,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확한 문장을 한 단어도 틀리지 않고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고 말했다.

이 발언은 국회가 새벽 1시 3분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킨 직후 나온 것이었다. A씨는 윤 전 대통령이 결의안 통과 사실을 거론하며 김 전 장관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언성을 높이며 “잡으라”고 말한 것도 들었다고 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 어떤 규모의 병력 투입을 지시했는지 등 구체적인 지휘 내용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워 임팩트가 강한 단어 외에는 기억이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용군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대령),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11일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계엄 전후 대통령과 군 지휘라인 사이에서 어떤 지시가 오갔는지, 그리고 당시 발언의 성격이 어디까지였는지가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그룹 시시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