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옥상정원에서 시민들이 풍경을 즐기고 있는 모습.
[시사의창 2025년 12월호=정용일 기자] 지난 11월, 서울의 가을이 절정에 이르자, 도심 속에서도 단풍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서촌, 효자로, 청와대로, 삼청동, 덕구궁 돌담길과 정동길 일대는 올가을 단연 ‘단풍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 단풍 코스는 서울단풍구경의 ‘골드코스’다.
기자는 이번 가을 단풍을 조금 더 길게 기억하고자, 또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된 단풍구경을 못한 독자 분들을 위해 조금 늦은 단풍구경을 시켜주고자 기사에 담을 사진촬영을 위해 지난 11월 5일 이 골드코스를 걸어봤다.
청와대 앞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번졌다. 붉게 물든 단풍잎이 햇살에 반짝이며 도심 속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 아이 손을 잡고 걷는 가족들, 삼각대를 세운 사진가들의 모습이 뒤섞여 활기를 띤 풍경이 펼쳐졌다.
세븐일레븐 종로 창성점은 사진가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사진 명소다.
효자로와 서촌 골목길은 단풍과 함께 오래된 한옥의 기와지붕이 어우러지며 고즈넉한 가을 정취를 자아냈다. 가게마다 걸린 붉은 담쟁이덩굴과 카페 창가에 앉은 사람들의 모습은 외국 관광객들의 카메라에 담기기에 충분했다. 경기도 여주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단풍을 볼 수 있다니 놀랍다”며 “고즈넉한 분위기와 커피 향이 함께 어우러져 완벽한 가을 산책 코스”라고 말했다.
보통 서촌이라 불리는 효자로는 그야말로 단풍 명소 중의 명소로 손에 꼽힌다.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로 나와 큰길에서 우회전하면 그 길 끝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왕복 4차로 양쪽에는 큼지막한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매년 11월 초 효자로에는 내국인은 물론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고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표정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행복 가득함 그 자체다. 주변이 온통 노란색으로 가득한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길을 걸으면서 그 길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걸을 정도니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이곳으로 몰려들 만하다.
효자로에서 가장 유명한 카멜커피 주변은 사진촬영을 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서촌의 효자로를 지나 길 끝에서 우회전하면 청와대 앞길이 나온다. 왼편의 청와대 앞길 주변으로 은행나무들이 단풍의 절정을 이루고 있으니 그 특별함이야 말이 필요 없다.
서울에서 단풍이 이쁘기로 유명한 삼청동이지만, 몇년 전 가지치기를 해서 예전만 못하다.
청와대 앞길을 따라 약 10분 정도 천천히 걷다 보면 왼쪽 건너편에 청와대 춘추문이 나온다. 이 삼거리에서 다시 우측으로 천천히 10여 분만 걸으면 삼청동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 방향으로 길을 건너 삼청동으로 접어들면 이곳 또한 단풍의 성지나 다름없다. 삼청동길을 지나 우측 오르막길을 올라 감사원을 지나서 내려가다 보면 우측으로 북촌 최고의 사진 스폿이 나온다. 길을 몰라도 그냥 사람들이 우르르 골목으로 진입하는 길을 따라만 가면 된다.(참고로 감사원 주변 삼청공원 입구부터 북악산 자락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도 가을에 걷기에 매우 좋은 길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경복궁과 청와대의 가을 풍경
다시 북촌에서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내려와 소격동을 지나 이번에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구름정원으로 이동해 보자.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지만, 아마도 이 기가 막힌 명소를 대한민국 국민 중 80% 이상은 와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처음 와본 사람들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옥상정원에서 한 시민이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다.
경복궁과 그 뒤로 청와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국립고궁박물관까지 시원스럽게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 가을 색까지 더해지니 사진의 완성도야 그냥 엄지 척이다. 이곳에서 한동안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면, 이제 더 큰 감동을 받으러 이동해 본다.
1층으로 내려와 광화문광장 방면으로 길을 건너 덕수궁으로 향한다. 덕수궁 돌담길 초입에서 조금만 직진하면 좌측에 흰색 건물의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가 눈에 들어온다.
필운동에 있는 카페 스태픽스는 가을 단풍의 명소로 유명하다. 배화여자대학교 옆에 위치해 있다.
이 건물 13층에 오르면 카페가 있고, 13층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덕수궁 전체가 한눈에 담긴다. 또한 고층 빌딩들이 덕수궁을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듯한 모습이 매우 멋스럽다. 여기에 농도 짙은 가을색이 더해지니 최고의 풍경이 탄생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면, 이곳 13층에서는 그 감동이 극에 달한다. 아마도 이번 글과 사진을 통해 이곳을 처음 알게 된 사람이라면 첫 방문 후 기자에게 고맙다고 엎드려 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라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 1동 13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덕수궁의 가을.
그럼 이제 마음을 안정시키고 건물 밖으로 나와 덕수궁 돌담길을 산책해 보자. 덕수궁 돌담길에서 정동길로 이어지는 구간은, 특히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하는 가을 이 길은 숨만 쉬어도 행복감이 넘치는 장소다. 경향신문 사옥까지 이어지는 정동길 특유의 감성은 참 소중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렇게 긴 구간을 모두 걷는데 4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건, 가을의 마법이 아닐까.
덕수궁 돌담길에서 바로 이어지는 정동길 역시 서울의 걷기 좋은 명소다.
마지막으로 이 골드코스와는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가을에 남산을 빼놓을 수 없다. 산 전체가 온통 울긋불긋 귀여운 색감으로 변환 남산의 풍경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서울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단풍놀이 중 하나다. 또한 남산을 둘러싼 수많은 은행나무들을 감상하며 걷는 남산순환로 코스도 일품이다.
N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산. 알록달록 가을 색이 짙에 스며든 모습이 장관이다.
여기서 서울 단풍놀이의 방점을 찍는 마지막 코스를 소개하자면 바로 백범광장이다. 기자가 주변 지인들에게 서울에서 최고의 단풍 구경을 원한다면 항상 빼놓지 않고 추천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해질녘 1시간 전에 방문해 노을까지 함께 감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남산 정상에서 국립극장대극장으로 내려가는 길 우측의 풍경.
1년 후 돌아오는 가을에는 참고해서 꼭 한 번씩 방문해 보기를, 걸어보기를 바란다.
단풍은 잠시 머물다 떠나지만, 이 계절이 남긴 풍경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서울의 중심부에서 만나는 가을의 색채는,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를 이유를 충분히 만들어주고 떠났다. 1년 후에 다시 우리들 곁으로 돌아온다는 약속을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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