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홀 헤난 바닷가


[시사의창 2025년 12월호=서진화 칼럼니스트] 보홀의 바람에는 독특한 결이 있다.
그 결은 단순한 바람의 흐름이 아니라, 이 섬이 가진 치유의 속도와 시간을 담고 있다. 나는 그 바람 속에서 로드 마사지를 처음 경험했고, 그 순간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K-뷰티의 다음 단계’를 생각하게 하는 작은 영감을 주었다.
한국에서는 기술과 효능, 안전성과 임상이 뷰티 산업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 보홀의 바닷가 앞에서 받은 로드 마사지는, 그 모든 기준을 넘어서는 ‘감각 기반 힐링 경험’을 보여주었다.
이 경험은 오늘날 한국의 웰니스 산업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요소, 즉 감성적 치유의 힘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바닷가 앞 즉흥적 공간에서 피어나는 치유의 기술
보홀의 로드 마사지는 전문적인 시설이나 장비 없이도 깊은 만족감을 준다.
바람, 파도 소리, 자연스럽게 퍼지는 오일 향, 일정한 손의 리듬 이 네 가지가 ‘공간 전체’를 하나의 치유 장치로 만든 기술이 아닌 감각의 통합을 통해 힐링이 완성된 것이다.
한국의 K-뷰티는 고도화된 기술과 화려한 기기, 탄탄한 제품력에 강점이 있다면 이곳은 단순함이었다.보홀의 로드 마사지는 바로 그 부분을 보여주었다.
로드 마사지에서 사용되던 재료들은 모두 자연의 향과 온도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야몽(Yamog)은 은은한 풀 향과 달큰한 꽃향이 섞인 향은 바다의 공기와 만나 새로운 감성의 레이어를 만들고 피부에 닿는 순간 ‘편안함이 스며든다’는 느낌을 즉각적으로 주며 스네이크밤 ‘쿨링 → 따뜻함’으로 이어지는 이중감각은 피부에 남는 잔향과 함께 스트레스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코코넛 오일은 장식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촉감. 보습, 단열, 향 모두 부담이 없고 오래 남으며 이 재료들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섬의 공기·자연·생활 방식이 농축된 하나의 문화 코드였다.
뷰티 전문가라면 이 지점에서 이미 다음 산업 트렌드가 보일 것이다.
‘효능 중심에서 감성 중심으로의 확장.’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이 이어지는 현시점에서 고객은 점점 ‘자연성’과 ‘공감각적 경험’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의 뷰티 산업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보홀의 현장을 보며 나는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그곳에서 앞으로의 K-뷰티는 기술 중심이 아니라 ‘스토리·감각 ·휴식’이 결합한 총체적 경험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소비자는 휴식의 정서를 기억한다. 효능은 수치로 평가되지만, 휴식은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K-뷰티의 미래는 ‘감각과 스토리의 융합’
보홀의 로드 마사지는 단지 여행 중의 에피소드가 아니다.
그 안에는 향후 K-뷰티가 가야 할 방향, 즉 기술·감성·휴식의 결합이 숨어 있다.
우리는 기술을 갖고 있고, 제품력도 갖고 있으며 이제 필요한 것은 감각·향·공간·스토리를 조화롭게 엮어내는 능력이다.
보홀에서의 짧은 마사지 경험은 그 가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바다와 바람, 자연의 향, 손끝의 리듬..
이 네 가지가 이루는 치유의 공식은 K-뷰티가 앞으로 확장해야 할 새로운 웰니스 카테고리를 시사한다.
마사지가 끝나고 의자에서 일어났을 때, 하늘은 어느새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바람이 어깨를 살짝 스쳐 지나가며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괜찮아. 쉬어도 돼.”
그 말은 단지 휴식을 넘어, 내 삶에도 작은 균열을 내며 다정하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저녁, 오래오래 향이 남는 순간 하나를 마음에 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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