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지역아동센터(바람개비꿈터공립지역아동센터)에 최근 연말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장면이 펼쳐졌다.
다름 아닌 생일을 맞은 보육 아동 이카리나(11세)양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잔치로, 함께한 아이들과 공동체 모두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준 것이다.
이날 생일 잔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근로현장에서 바쁜 삶을 살아가는 이카리나 어머니가 손수 준비한 중앙아시아 전통음식을 비롯한 다채로운 고려인 음식이었다. 이날 준비한 정성스런 음식들은 단순한 생일상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낯선 조상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며 아이를 키워온 한 어머니가, 센터를 통해 자신의 자녀를 보듬어준 공동체에게 전하는 조용한 감사의 인사였다.
광주고려인마을에서 최근 생일을 맞은 보육 아동 이카리나(11세)양을 축하하기 위한 잔치가 열렸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함께한 아동들이 서로의 접시에 음식을 나누어 담고, 손을 잡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동안 작은 방 안은 웃음과 따뜻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촛불을 끄며 소원을 비는 이카리나의 모습과 더불어 함께힌 아이들이 특별한 날을 축복함에 따라 공동체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만든 하루였다.
이지현 센터장은 “생일을 맞은 아이보다, 함께 기뻐한 아이들과 어른들의 마음이 더 따뜻했다”며 “학부모와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2015년, 마을 지도자들이 뜻을 모아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지역아동센터는 오랜 세월 서로의 손을 잡아 줄곧 지켜온 연대의 힘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 한 아이의 생일을 ‘모두의 기쁨’으로 맞이하는 이곳의 풍경은, 고려인마을을 지탱하는 가장 깊고 단단한 뿌리가 무엇인지 조용히 말해 주고 있다.
생일상 위에 놓인 음식보다 더 풍성했던 것은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었다. 한 아이의 행복을 마을 전체가 함께 축복하며 나누는 그 정신이야말로, 고려인 공동체가 낯선 땅에서 다시 뿌리내릴 수 있었던 이유다.
현재 센터는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고려인 아동 40여 명에게 방과후 무료 급식, 한국어·러시아어 교육, 기초교과 학습(수학·영어·과학), 피아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하루하루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는 고려인동포 가정의 보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마을 공동체의 꾸준한 노력이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켜주는 또 하나의 울타리가 되고 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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