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대폭 상향 조정하고 ‘GX(녹색전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기후테크를 통한 ‘기후탄력적 발전(CRDPs)’과 함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모색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경기 북부는 오랫동안 중첩 규제에 묶여 저발전의 굴레에 갇혀 있던 탓에 녹색전환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의 목표를 평화·생명·공동체 성장의 과제와 함께 발 빠르게 모색하고 있다.
국립대구과학관에 설치된 지구 해수면 온도를 나타내는 전시물 ©연합뉴스
[시사의창 2025년 12월호=최광석 포천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 한국은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목표를 설정했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기존보다 무려 53%~61%로 상향 조정하여 IPCC(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에 제출했다. 이 계획은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목표 달성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 투입을 ‘공공 수요 창출’의 기회로 삼아 ‘신에너지 산업’과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큰 그림을 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GX(녹색 전환) 정책’의 핵심이다.
정부의 GX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첫째, ‘혁신 성장을 위한 신시장 창출’을 위해 공공 수요를 만들고 혁신 성장을 지원하며 혁신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GX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선도 기업 10개, 중핵 기업 25개, 유니콘 기업 30개를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포함한다. 셋째, ‘GX 수출 동력화’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국가적 대전환의 시대에, 경기북부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오랫동안 ‘중첩 규제’라는 꼬리표와 함께 저발전의 대명사로 불려왔던 경기북부. 1970년대부터 시작된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 보호구역, 상수원 보호구역, 그리고 수도권정비계획 구역 등 무려 여섯 가지에 달하는 주요 규제들은 이 지역의 독자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개발이 제한되다 보니 국가 개발 정책에서도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곧 경기 남부와의 극심한 경제적 격차로 이어졌다. 경기북부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도 경기도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2024년도 국가통계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평균이 48.6%, 경기도 평균이 62.7%인데 동두천시는 14.1%, 연천군은 15.3%로 매우 낮으며 동두천시, 고양시, 파주시, 양주시, 연천군, 포천시 등 접경지 6개 시군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27.35%에 머물러 있어 경기도 전체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의 땅’이라는 오명 속에서도 경기북부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숨겨져 있다. 바로 ‘규제’ 덕분에 DMZ,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처럼 광활하고 청정한 환경 및 생태 자원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개발이 포화된 다른 수도권 지역과 달리, 경기북부에는 청정 에너지 인프라 구축이나 대규모 실증 인프라(CCUS, 수소 생산 기지) 및 그린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기에 아주 유리한 미활용 군용지나 가용 부지가 풍부하다. 따라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이런 중첩 규제 환경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의사결정권과 재정 운영 권한, 실질적인 규제 특례를 확보해서 경기북부의 잠재력을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의 중심으로 키우려는 전략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행정 구역 개편을 넘어, 침체된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게임체인저’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강력한 정책적 함의를 지닌다.
이러한 국가적 정책 기조 속에서 경기북부의 발전 모델은 기후 변화 리스크에 대한 지역의 탄력성을 높이고 생태와 환경이 회복을 위한 ‘기후탄력적 발전(CRDPs: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s)’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CRDPs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완화(Mitigation)’와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비하는 ‘적응(Adaptation)’에 기여하면서도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Development)까지 함께 확보하는 아주 통합적인 발전 모델이다. 그리고 이 CRDPs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바로 ‘기후테크(Climate-Tech)’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경기북부가 가진 풍부한 자연 환경과 미활용 부지는 기후테크의 다양한 기술들을 시험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거대한 실험실이 될 수 있다.
경기북부는 오랫동안 ‘규제’ 때문에 저발전을 겪어왔지만, 역설적으로 이 규제들이 지금은 그 어떤 지역도 따라올 수 없는 특별한 ‘녹색 자원’을 만들어냈다. DMZ(비무장지대),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같은 곳들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이 지역들은 인위적인 개발이 제한된 덕분에 광활한 자연환경과 생태 자원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은 단순히 풍경을 넘어, 기후 변화에 맞설 중요한 자산이자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할 귀중한 자원이다. 특히 DMZ는 평화와 생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 지역 및 세계지질공원과 연계해 CRDPs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보존된 환경 가치는 청정 에너지 인프라 구축의 기반이 되고, 첨단 생태 산업의 ‘실증 테스트베드’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특히 환경과 생태는 보전의 가치 뿐만 아니라 회복을 통한 가치가 더욱 중요한데 기후탄력성회복을 위해 기후테크, AI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될 때 생태환경 산업의 실증테스트베드로써의 가치가 더욱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7월 경기도 의정부시 반환미군기지 캠프 레드클라우드(CRC)에 수풀이 무성히 자라 있다. ©연합뉴스
개발이 한계에 다다른 다른 수도권 지역과 달리, 경기북부에는 활용되지 않는 군용지나 반환공여구역 부지처럼 넓고 여유로운 가용 부지들이 많다. 이런 부지들은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 청정 에너지 인프라나 실증 시설을 구축하는 데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예를 들어 수소 생산 기지,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시설, 대형 그린바이오 클러스터 같은 것들이다. 이런 미활용 공간들을 수소 생산-유통 시스템이나 CCUS/DAC(직접공기포집) 실증 테스트베드로 조기에 활용한다면, 경기북부는 청정에너지 기반 산업의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경기북부의 중첩 규제가 이제는 ‘녹색 자원’이자 ‘테스트베드 공간’이라는 전략적 자산으로 재탄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기후테크’는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 싸우면서도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기술들을 총칭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시작된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우리의 삶과 환경을 지키는 ‘적응’ 기술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 IPCC는 기후테크 산업을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는데,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맞춘 ‘완화(Mitigation)’ 영역,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비하는 ‘적응(Adaptation)’ 영역, 그리고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융복합’ 영역이다. 기후탄력적 발전을 통해 경기북부가 신성장 동력의 중심이 되려면,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과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 기술 개발 및 실증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Adaptaton) 기술 고도화 관점에서 ▲가뭄과 홍수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물관리 구술도입과 함께 ICT 기반의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 구축으로 효율적인 수자원 배분 및 재난 예방 체계를 마련, ▲드론을 활용한 실시간 환경 데이터 모니터링과 정밀 기상 재해 예보 시스템 개발을 통한 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 ▲기후 변화에 강한 작물 품종 개발과 스마트팜 기술을 통한 농업 환경 모니터링 및 빅데이터 분석은 식량 안보 강화와 농가 소득 증대,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산림 재해 예방 및 감시 시스템 구축과 재해 취약 지역 국토 관리 전략 및 기후 변화에 대한 지역의 회복력 강화 등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추진과 함께 지역의 기후탄력성을 회복시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핵심 기후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관점에서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지역을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기북부만의 특성을 살린 과감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경기북부의 수소 및 재생에너지 생산 거점을 특화 지구로 지정하여 전력 직접 거래 및 기타 특례적용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가상발전소(VPP), 전기차 충전 서비스(V2G) 같은 분산에너지 신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실증하여 경기북부를 신재생에너지 선도 지역으로 육성해야 한다. 또한 경기도의 강력한 기후테크 산업 역량을 활용하여 경기북부에 특화된 스타트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Greentown Labs’와 같은 해외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R&D, 사업화 지원, 인적 자원 역량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기북부의 대학교, 경기대진테크노파크, 섬유소재연구원 등 지역 거점 기관과의 산학연 협력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R&D를 지원하고 유기적 협력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경기북부는 오랜 시간 동안 중첩 규제와 그로 인한 저발전의 굴레에 갇혀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제약 조건들이 오히려 ‘녹색 자원’이라는 새로운 기회로 전환되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정부의 강력한 GX 정책과 맞물려 기후탄력적 발전(CRDPs) 모델과 기후테크 산업은 경기북부가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의 중심이자 미래 경제 모델의 선도적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평화와 생명, 공동체를 위한 경기북부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기후테크의 육성은 빼놓을 수 없는 옵션이다. 기후테크 산업 육성 및 GX 전환은 경기북부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향상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이 생겨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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