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온리 콤판 씨가 충무공 이순신을 ‘히어로’로 재해석한 만화 ‘이순신: 폴른 어벤저’. SICAF 제공


[시사의창 2025년 12월호=김세전 전략사업부 대표] "바람이 맵다. 1598년의 섣달은 살을 저미는 칼바람으로 왔다.
남해의 검은 물결 위로 7년의 피비린내가 내려앉았다. 적들은 살아서 돌아가려 했고, 나는 죽어서 막아야 했다.
돌아가는 적을 보내주는 것은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타협이며, 비루한 생의 연장일 뿐이다. 북소리가 어둠을 찢는다.

관음포 앞바다, 삶과 죽음이 엉켜 아우성친다. 포연은 안개처럼 흐르고, 바다는 붉게 뒤척였다.
뜨거운 쇳덩이가 왼쪽 가슴을 파고들었다. 통증은 아득하고, 의식은 선명했다. 나는 안다.

이 지루한 싸움의 끝이, 나의 끝과 맞닿아 있음을. “싸움이 급하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유언이 아니다.
무너지는 육신으로 세운 마지막 깃발이다. 나는 죽음으로 이 전쟁의 마침표를 찍는다. 노량(露梁). 이 차가운 겨울바다 위에서..."

바람이 맵다. 1598년의 섣달은 살을 저미는 칼바람으로 왔다.
남해의 검은 물결 위로 7년의 피비린내가 내려앉았다. 적들은 살아서 돌아가려 했고, 나는 죽어서 막아야 했다.
돌아가는 적을 보내주는 것은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타협이며, 비루한 생의 연장일 뿐이다. 북소리가 어둠을 찢는다.

관음포 앞바다, 삶과 죽음이 엉켜 아우성친다. 포연은 안개처럼 흐르고, 바다는 붉게 뒤척였다.
뜨거운 쇳덩이가 왼쪽 가슴을 파고들었다. 통증은 아득하고, 의식은 선명했다. 나는 안다.

이 지루한 싸움의 끝이, 나의 끝과 맞닿아 있음을. “싸움이 급하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유언이 아니다.
무너지는 육신으로 세운 마지막 깃발이다. 나는 죽음으로 이 전쟁의 마침표를 찍는다. 노량(露梁). 이 차가운 겨울바다 위에서...
12월호 <시사의창>이 선정한 K-히어로는 영원한 성웅(聖雄), 이순신 장군입니다.
우리가 그를 다시 호출한 이유는 단순히 그가 ‘승리한 장수’여서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위기를 스스로 ‘종결’지은 리더였기 때문입니다.
떠나는 적을 적당히 보내주지 않고 끝까지 응징하여 후환을 없애려 했던 그의 결기는, 흐지부지 한 해를 보내기 쉬운 우리에게 ‘완전한 마무리(유종의 미)’가 무엇인지 웅변합니다.
위기의 시대입니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놓지 않았던 그의 헌신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갈구하는 진정한 리더의 표상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 비장한 최후를 기억하며 다가올 새해를 맞이할 결연한 용기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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