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기자] 남원, 의료·안전·소통을 통합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지역기반 돌봄 모델 구축
“경로당에서 진료·소통·안전까지 해결된다”… 남원시가 만든 어르신 삶의 대변화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가 496개 경로당 전체를 하나의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전국 최초의 ‘스마트경로당’ 사업을 구축하며 대한민국 지역기반 돌봄정책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남원시는 단일 기술 도입을 넘어 의료·돌봄·안전·소통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낸 통합형 모델을 완성했고, 이 모델은 고령화율 34%에 이르는 남원시의 구조적 한계를 실질적으로 극복하는 기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원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경로당은 단순한 여가공간이 아닌 지역사회 돌봄의 거점”이라는 비전을 현실화했으며, 고령사회 대응정책의 새로운 국가 레퍼런스로 떠오르고 있다.
남원시 스마트경로당 사업을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면적으로 해부해본다.
남원시는 응급의료취약지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사업’ 공모에 도전했고, 선정 직후부터 어르신 생활환경을 전면적으로 디지털화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했다.
이는 의료기관 대부분이 도심에 집중된 지역 특성을 감안해 읍·면 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초기 단계부터 남원시 보건소, 홍보전산과, 통합돌봄과, 안전재난과 등 여러 부서가 칸막이 없는 협업체계를 구축해 기술·의료·안전·돌봄을 연결하는 통합 의사결정 구조가 마련됐다.
여기에 이통장 회보, 교육, 현장 홍보 등을 병행하며 사업이 자연스럽게 어르신 일상 속으로 스며들도록 추진한 점도 안정적 정착의 기반이 됐다.
스마트경로당 구축의 핵심은 ‘온 경로 플랫폼’이다. 남원시는 전국 최초로 전체 496개 경로당에 디지털 사이니지 TV를 설치하고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회의 개설, 콘텐츠 송출, 중앙제어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어르신은 리모컨을 누를 필요도 없다. TV 앞에 앉으면 자동으로 회의에 연결되는 원격 접속 기능을 자체 개발해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도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설계했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남원시는 전 경로당에 동시에 건강 정보, 공지사항, 교육 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경로당 간 재능 공유 프로그램, 전 경로당 참여형 온택트 콘테스트 등 새로운 공동체 활동도 가능한 미래형 소통 모델이 마련되었다. 이는 경로당의 기능을 생활 기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결정적 성과다.
경로당에서 주민이 남원시 의료기관과 연결된 비대면 진료를 받고있다.
남원시가 이번 스마트경로당 사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전국 최초의 ‘경로당 기반 비대면 진료 체계’다.
남원시는 고령층 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해 비대면 진료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고,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를 거쳐 응급의료취약지라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초진 허용 사례를 확보했다.
남원시 보건소의 참여 기관 공고 이후 지역 병원 7곳과 약국 22곳이 참여하며 공공·민간 의료협력체계도 확립됐다.
경로당 내부에는 자율신경기능검사기, 체성분측정기, 블루투스 혈압계 등 표준 건강측정 장비가 구축돼 어르신이 직접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데이터는 플랫폼에 자동 입력된다. 의료진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화상 진료를 진행해 보다 정밀한 상담이 가능해졌다.
비대면 진료 절차는 ▲사전 예약 ▲활력징후 측정 ▲비대면 진료 접수 ▲의료기관 화상 진료 ▲처방전 발급 ▲약국 선택·약 대리수령·복약지도까지 일련의 과정이 원스톱으로 진행된다. 대리수령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지침’에 따라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허용되며, 남원시는 이를 위해 방문간호사 교육과 현장 관리 체계를 엄격히 구축했다.
특히 남원시는 ‘남원 e케어 차량’을 운영해 방문간호사가 정기적으로 경로당을 돌며 활력징후 측정 지원, 진료 보조, 약 전달까지 수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어르신들은 “겨울에 병원까지 이동할 필요 없이 경로당에서 진료를 받는다니 마음이 편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시범운영은 읍·면 16개 거점경로당에서 시작되며, 결과 분석 후 2026년부터 전면 확대될 예정이다. 남원시는 이 모델이 전국 고령지역의 공공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경로당은 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안전관리에서도 큰 혁신을 이루었다. 남원시는 2023년부터 IoT 기반 화재감지기를 읍면 지역 경로당에 설치하기 시작했고, 올해 스마트경로당 사업을 통해 동지역 전체 경로당까지 확대 설치했다.
화재가 감지되면 남원시 통합관제센터로 즉시 전송되며, 동시에 112·119와 연동돼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해졌다.
남원시는 안전재난과와 함께 화재감지기의 작동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오작동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속 관리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화재가 나도 바로 신고된다니 걱정이 줄었다”며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남원은 전국 최초의 경로당 기반 비대면 진료 도입과 온 경로 플랫폼 구축을 통해 지역 돌봄체계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며 “스마트경로당을 중심으로 의료·안전·돌봄을 종합한 남원형 디지털 복지 모델을 더욱 확장해 ‘스마트 돌봄 도시 남원’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원시는 이번 사업을 고령사회 정책혁신의 전환점으로 삼아 지역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어르신이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구조를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