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지원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포스터
[시사의창=김성민 송상교 기자 합동 취재] 김장철을 맞아 해양수산부가 전국 전통시장에서 추진하는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가 전산 서버 장애로 혼선을 빚었다.
국산 수산물을 사면 구매금액의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소비진작 정책이지만, 서버가 약 40분 동안 멈추면서 시민들은 주차장 통로에 길게 줄을 선 채 추위만 견뎌야 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설·수산인의 날·추석·김장철 등 시기별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확대하며 “국민 장바구니 부담 완화와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약속해 왔다. 전국 100곳이 넘는 전통시장에서 국산 수산물을 사면, 1인당 최대 2만 원 한도로 온누리상품권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행사시기와 참여 시장, 환급 기준 등은 해양수산부와 행사 공식 누리집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돼 왔고, 최근 보도자료에서는 “전통시장 소상공인과 어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참여형 정책”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서버 다운으로 환급을 받지 못한 시민들이 줄 서있는 모습
문제는 현장 실행 역량이었다.
김장철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기간 중인 23일 오후 3시경 , 목포 동부시장 주차장 환급창구 앞에는 환급을 받으려는 시민 수십 명이 몰렸다. 환급 부스 바로 위에는 ‘행사기간 내 국산 수산물 구매 후 영수증을 제출하면, 3만 4천 원 이상 6만 7천 원 미만 1만 원, 6만 7천 원 이상 2만 원 환급’이라는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행사 시스템 서버가 멈추면서 접수와 지급이 전면 중단됐고, 안내방송이나 명확한 설명 없이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됐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장을 보고 돌아가려던 노인, 손에 수산물 봉투를 들고 서 있던 시민들은 찬바람이 부는 주차장 통로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지역경제 살리자고 참여한 행사인데, 서버가 먹통이 되면서 사람들만 고생하는 모습”이라며 “이럴거면 평소처럼 그냥 장을 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시민은 “행사에 참여하는 시장이 전국적으로 많다는 걸 알면서도 서버 처리 용량과 백업 대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행사 규모가 커진 만큼 책임과 준비도 그에 걸맞게 올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설맞이와 추석맞이 환급행사에서 참여 시장을 각각 150여 곳, 200여 곳으로 넓히며 “역대 최대 규모”를 강조했다. 특히 설맞이 행사 보도자료에는 목포 동부시장을 장관이 직접 방문해 성수품 물가 동향과 환급행사 현장을 점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장관이 방문했던 같은 장소에서, 불과 몇 달 뒤 김장철 행사 도중 서버가 40분 가까이 멈춰 서는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다운 40여 분만에 서버가 복구되어 환급을 위해 입장하는 시민들
이번 목포 동부시장 사례는 그동안 정부가 홍보해 온 ‘디지털 기반 소비지원 정책’의 허점을 드러낸다.
첫째,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도 서버 용량과 회선, 장비를 여유 있게 확보하지 못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둘째, 전산 장애 발생 시 일정 시간 이후에는 수기 접수·번호표 시스템으로 영수증을 먼저 받아 두고, 서버 복구 후 문자나 앱을 통해 상품권을 지급하는 예비 시나리오가 마련되지 않았다.
셋째, 현장에 배치된 인력과 안내 체계가 부족해, 시민들은 장애 원인과 예상 소요시간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채 추위 속에서 불안과 분노만 키우는 상황에 놓였다.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는 국산 수산물 소비를 늘리고 전통시장과 어업인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정책이 현장에 내려오는 순간 가장 기본인 ‘시스템 안정성과 이용자 편의’가 무너지면, 좋은 취지가 시민 불편과 행정 불신만 키우는 결과로 돌아온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예산과 프로그램을 늘려도 운영 능력이 받쳐 주지 못하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전산 장애가 반복되면 상인들도 타격을 받는다.
환급을 기대하고 장을 본 손님이 불편을 겪으면 다음 행사 참여를 꺼리게 되고, 일부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전통시장에 사람을 모으려던 정책이 오히려 전통시장을 떠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군다나 화가 난 손님들이 상인들에게 환불 요청을 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이번 목포 동부시장 사건을 계기로 해양수산부와 행사 운영 주체는 △서버 용량·회선·단말기 등 인프라의 사전 점검과 보강 △전산 장애 시 수기 접수·사후 환급 등 비상 매뉴얼 마련 △현장 인력 증원과 장애 상황 실시간 안내 △노약자·장애인·동반 아동을 위한 대기 공간 확보와 난방 장치 마련 등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행사 전후로 시스템 장애 발생 여부와 조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과 상인이 정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은 오는 월요일 해양수산부와 행사 시스템 운영 측, 목포시 및 동부시장 상인회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전산 장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묻는 후속 인터뷰를 진행한 뒤, 2보를 통해 보다 상세한 내용을 보도할 예정이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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