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살아가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시인 김블라디미르의 삶과 문학이 독자들의 마음을 깊이 울리고 있다.
그의 시는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겪어온 강제이주 역사, 정체성의 흔들림, 낯선 조국에서의 노동과 생존, 그리고 희망을 담고 있어 마을의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 시인은 1956년 타쉬켄트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로,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 문학대학과 의과대학에서 러시아문학 교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 민족차별과 생활고가 심화되면서 국내 귀환하는 자녀들을 따라 국내 입국 광주에 정착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조상의 땅에서 그는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고려인마을 시인 김블라디미르/사진=고려인마을 제공
하지만 그는 광주에 정착한 이후에도 시를 멈추지 않았다. 한국어를 모르기에 러시아어로 시를 쓸 수밖에 없었지만, 그 언어는 오히려 고려인의 기억과 삶을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김 시인이 국내 귀환 이후 2017년 처음 발표한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은 그가 낯선 조상의 땅에서 경험한 첫 겨울, 첫 노동, 첫 외로움, 그리고 미약하지만 끊이지 않았던 희망을 섬세하게 담았다. 2012년 한국에 도착한 그는 생계와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러시아어로 쓴 시는 정막래 계명대 교수의 번역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이 시집을 “귀환세대의 정착 서사를 가장 진솔하게 담아낸 문학 기록물” 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어 2018년에 출간한 두 번째 시집 『회상열차 안에서』는 그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라 1937년 고려인 선조들이 겪었던 ‘강제이주 길’을 직접 따라가며 쓴 시들을 엮은 작품이다. 당시 출판비 400여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발간이 어려웠으나, 광주 고려인마을 주민들이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서울 거주 디자인하우스 이경일 대표가 직접 광주를 찾아와 “전액 무상 출판”을 제안, 출간이 성사된 특별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번역은 고려인문화관장 김병학 시인이 맡았다. 그는 중앙아시아에서 25년간 고려인을 연구한 국내 대표적 고려인 문학 연구자이자,세계 여러 지역에서 불리는 노래 〈고려아리랑〉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이 시집에 대해 “개인의 회상이 아니라, 고려인의 역사를 문학으로 복원한 소중한 유산” 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4년 출간된 세 번째 시집 『어둠속 빛이 떠오를 때』는 조국에서 살아가는 고려인 후손의 현실, 노동의 고단함, 그리고 조용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삶의 태도를 담아낸 78편의 시로 구성됐다. 국내 귀환 후 그는 나주 배밭, 함평 양파밭, 공사장 등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살며 현실과 문학 사이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그의 시는 바로 그 현장에서 길어 올린 삶의 기록이다. 이 시집 역시 출판비 마련이 쉽지 않았으나,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 출간을 도왔다. 번역은 고려방송(FM93.5MHz) 진행자와 고려인 한국어교사 등 마을의 고려인 동포들이 힘을 모아 원문의 감정을 한국어로 정교하게 옮겼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세 번째 시집은 귀환 고려인의 정착 현실과 디아스포라 문학의 깊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라며 “문학을 통해 고려인 공동체의 역사와 오늘을 잇는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 또한 “김블라디미르 시인의 세 권의 시집은 고려인의 강제이주 역사, 국내 정착의 어려움, 그리고 희망을 아우르는 하나의 ‘문학적 여정’이기에 그의 작품은 고려인 공동체의 기억과 미래를 잇는 소중한 자산이다.” 고 빍혔다.
이에 김블라디미르의 문학은 단순한 개인의 기록이 아니라 ‘이주민의 역사’를 언어로 복원하는 공동체의 목소리이며, 그의 시집들은 광주 고려인마을이 품어온 아픔·기억·희망의 서사를 고려인 서사 문학 속에 온전히 새겨 넣고 있어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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