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향교, 2025년 기로연(耆老宴) 행사 개최 / 부안군 제공
[시사의창=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부안에서 오래된 전통이 다시금 품격 있게 살아났다. 부안향교(전교 최관열)가 19일 오전 10시 30분 부안예술회관 다목적강당에서 지역 기관단체장, 향교 원로, 유림지도자 등 1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2025년 기로연을 개최한 것이다.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덕행과 지혜로 지역을 이끌어 온 세대에게 예(禮)를 갖춰 존경을 표하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축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기자의 눈에 비친 이날 현장은 오래된 예법과 현대적 의식이 조화롭게 스며든 진중한 분위기였다. 조선시대 예조가 기로소(耆老所)의 원로 문신들을 예우하기 위해 베풀던 연회에서 유래된 기로연은, 봄·가을 두 차례 연회를 열던 전통을 바탕으로 부안향교가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행사다. 서두부터 품위가 느껴지는 이유는 이 전통이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시대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말아야 할 ‘공경의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행사는 부안국악협회의 식전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잔잔한 장단 속에서 참석자들의 표정은 자연스레 경건해졌다. 이어 개회식, 윤리선언문 낭독, 기념사와 축사가 차례로 진행되며, 향교가 지켜온 가치가 왜 여전히 중요하며 왜 앞으로도 유지해야 하는지 분명히 전달됐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순간은 ‘장한 어른상’ 수여식이었다. 평생 유교문화 계승은 물론,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 온 14명의 어르신에게 감사와 존경이 깃든 상이 전달됐다. 이는 단순한 시상이 아니라 지역이 누군가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과정이었다.
부안향교, 2025년 기로연(耆老宴) 행사 개최 / 부안군 제공
기념촬영이 끝난 뒤 이어진 오찬 자리에서는 세대 간의 담소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원로들의 경험과 지혜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지역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소중한 교류였다. 바로 이런 장면들이 공동체의 맥을 튼튼하게 지탱한다.
부안향교, 2025년 기로연(耆老宴) 행사 개최 / 부안군 제공
권익현 군수는 이날 기로연의 의미를 명확히 짚었다. “부안의 정신적 중심이 되어주신 어르신들께 존경과 감사를 전하는 뜻깊은 자리”라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축사가 아니라 이번 행사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이어 “향교가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미래 세대에 올바르게 전승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하며, 세대 간 존중과 소통이 살아 있는 따뜻한 부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기로연은 단순한 연례행사로 끝나지 않았다. 덕성과 지혜를 존중하는 전통을 다시 세우고, 지역 공동체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분명히 일깨운 시간이었다. 변화가 빠른 시대일수록 전통의 가치는 더욱 선명해진다. 효(孝)와 예(禮)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의식은 앞으로의 부안, 나아가 전북특별자치도가 지향해야 할 기둥이기 때문이다. 부안향교의 이번 행사가 전통문화의 ‘형식 유지’에 머물지 않고 ‘가치 수호’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더 크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부안군 #향교 #기로연 #부안국악협회 #부안예술회관 #기로소(耆老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