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전 세종시장 초청, 군민행복 고창포럼 / 고창군 제공
[시사의창=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이 18일 오후 동리국악당을 뜨겁게 달궜다. 고창 해리면 출신으로 세종시를 전국 최고의 시민주권도시로 끌어올렸던 이춘희 전 시장이 고향 주민들과 마주 앉아 ‘함께 할수록 더 행복한 고창, 더 빛나는 주민자치’를 화두로 던졌기 때문이다. 행사장은 조용한 강연장이 아니라, 주민의 미래를 상대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현실 토론의 장’에 가까웠다.
이춘희 전 시장은 건설교통부 차관, 인천도시개발공사 사장, 그리고 세종특별자치시의 6~7기 시장을 지내며 행정수도 완성과 시민 중심 행정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가 만든 세종의 체질은 명확했다. 관료 중심 도시는 폐기하고, 시민 참여를 핵심 전제로 삼는 미래형 도시. 이 전 시장이 이날 고창군민에게 던진 메시지가 강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단호했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정책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기획하고 집행하며 책임지는 과정”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고창군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로 도약하려면 군민의 참여가 숫자와 형식이 아닌, 실질적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말로만 주민 참여를 외치며 실체 없는 ‘참여 쇼’를 이어온 지방 정부들의 행태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 전 시장은 주민자치의 출발점 역시 크게 어렵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지역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이웃과 소통하며, 필요한 의견을 직접 제안하는 일. “행정이 먼저 나서길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 그의 말에 객석 곳곳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주민자치는 회의실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불편을 해결하려는 주민의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고창군이 현재 추진하는 참여 기반 사업들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 필요한 조건도 명확히 제시했다. 주민이 참여하고, 성과를 나누고, 다시 새로운 비전을 함께 고민하는 순환 구조. 세종시가 성장한 핵심 원리를 고창군에 그대로 투영한 조언이다. 추진 방식만 바꿔도 지역의 체급과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뼈 있는 울림을 남겼다.
이춘희 전 세종시장 초청, 군민행복 고창포럼 / 고창군 제공
심덕섭 고창군수는 이날 행사에서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역사를 바꾼 고창의 아들, 이춘희 전 시장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고창군의 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군민의 주도적 참여가 앞으로 고창을 세계유산 도시 이상의 가치로 확장시킬 것”이라며 행정의 역할을 “군민 뒤에서 밀어주는 조력자”로 규정했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강연 행사가 아니었다. 주민자치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실제적 힘이라는 사실을, 고창군이 지역을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그리고 행정과 주민이 어떤 관계로 재정립돼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 자리였다. 더 이상 “참여는 구호, 결정은 행정”이라는 낡은 틀로는 지역을 지킬 수 없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변두리가 아니라, 주민 참여 기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중심지로 도약할 고창군의 ‘다음 스텝’이 무엇인지, 이날 현장은 분명한 메시지를 공유했다. 참여 없는 행정은 지역의 발목을 잡고, 주민 없는 정책은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것. 고창군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 메시지는 경고가 될 수도, 도약의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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