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안동헤리티지영화제 개막식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안동 전역을 무대로 첫선을 보인 제1회 안동헤리티지영화제가 나흘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시민이 만드는 영화제’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냈다. 안동 시민이 기획과 상영, 관객 참여까지 전 과정에 주체로 나선 이번 축제는 ‘영화적 유산’을 현재형으로 기록하려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안동헤리티지영화제(집행위원장 김찬년)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안동시 일원에서 열렸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안동커뮤니티영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는 카페 오즈베 개막식을 시작으로 송강미술관, 안동중앙아트시네마 등 세 공간을 유기적으로 엮어 도시 전역을 하나의 상영관처럼 활용했다.

개막식은 13일 오후 7시 카페 오즈베에서 진행됐다. 홍나겸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 <솔라스텔지아>가 첫 상영작으로 선택되며, 강원도의 변화하는 자연과 환경을 다룬 영상 서사를 통해 ‘기억과 환경, 감정의 헤리티지’를 함께 질문하는 장을 열었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파리 카페에서 최초의 영사회를 열었던 역사에 착안해, 카페라는 일상 공간에서 영화제를 시작한 연출은 ‘영화는 삶 속에서 태어나고 삶으로 돌아간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14일에는 송강미술관에서 시민 프로그래머 섹션 ‘스테이지 A’가 진행됐다. 이재각 시민 프로그래머가 선택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새, 사람, 행진>이 오후 1시 상영됐고, 상영 후에는 작품이 다뤄온 생태·환경 의제를 확장하는 토크와 ‘새 판화 찍기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오후 4시에는 임정혁 시민 프로그래머가 큐레이션한 조반니 트로일로 감독의 다큐멘터리 <프리다, 삶이여 영원하라>가 스크린에 올랐고, 이후 ‘예술과 삶의 경계’를 주제로 한 미술 토크가 이어지며 영화제와 미술관이 만나는 복합 문화 실험이 전개됐다.

15·16일 이틀 동안은 안동중앙아트시네마가 중심 무대가 됐다. 15일에는 박보람 감독의 <양밥>, 이진화 감독의 <그 여자의 사주팔자> 등 단편 섹션이 상영됐고, 이어 김형진 감독의 AI 영상 복원전 <웃으면 복이 와요>가 관객을 만났다. 오래된 코미디 영상을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재구성한 이 작품은 “유산은 정지된 기록이 아니라, 기술과 상상력을 통해 계속 다시 써질 수 있다”는 영화제 취지와 맞물려 주목을 끌었다. 저녁에는 ‘이비자 파티’가 열려 상영관을 음악과 교류의 장으로 바꾸며 축제의 열기를 키웠다.

16일 프로그램은 조은성 감독의 <아주 오래된 미래 도시>, 여장천 감독의 <송석주를 찾습니다>, 노언식 감독의 <네일플라워> 등 초청작 상영으로 채워졌다. 도시와 기억, 실종된 인물을 향한 탐색, 개인의 서사를 다룬 작품들이 연속 상영되면서, 안동헤리티지영화제가 표방한 ‘정화: 기억, 시간, 그리고 우리’라는 슬로건이 작품을 통해 구체적인 얼굴을 드러냈다.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모색하는 온고지신의 문제의식을 영화 언어로 풀어낸 셈이다.

폐막작은 영화 <귀향>으로 잘 알려진 조정래 감독이 연출한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가 맡았다. 상영 후 진행된 조정래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역사·기억·애도의 문제를 오늘의 감각으로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관객들은 질문과 응답을 오가며 ‘영화적 유산’이 개인의 상처와 공동체의 기억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라는 점을 공유했다.

영화제의 슬로건 ‘정화: 기억, 시간, 그리고 우리’는 과거의 기억이 현재를 비추는 빛이 되고, 시간이 세대와 공동체를 잇는 다리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안동헤리티지영화제는 이를 기반으로, 안동댐과 물문화권을 배경으로 형성된 지역의 역사·환경·생활사를 영화로 다시 읽어내는 시도를 병행했다. 단순한 상영 축제를 넘어, 물과 도시, 주민 공동체를 관통하는 ‘물문화 헤리티지’의 새로운 서사를 만드는 작업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안동헤리티지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찬년 CNBIZ 대표


영화제를 총괄 기획한 김찬년 집행위원장은 (주)씨앤비즈와 씨임팩트 대표이사로, 영화 <미싱>(2021), <예비군: 뜻밖의 여정>(2017) 등을 연출해온 영화감독이자 문화기획자다. 그는 이번 영화제를 두고 “현대의 시대정신을 안동 시민이 스스로 선택하고, 그것을 영화적 유산으로 남기는 첫 단추를 꿴 작업”이라고 강조하며, 헤리티지를 과거 유물에 한정하지 않고 ‘우리 자신과 우리 곁의 모든 것’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제1회 안동헤리티지영화제는 물문화권 주민 공동체의 기억을 되짚고,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역 기반 영화제가 나아갈 한 방향을 보여줬다. 상영작과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소비한 시민들의 경험이 향후 ‘안동형 영화제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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