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노인의 꿈'_메인포스터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네이버에서 평점 9.9를 기록하며 ‘인생 웹툰’으로 불린 백원달 작가의 작품 ‘노인의 꿈’이 무대 위로 옮겨진다. 2026년 1월 9일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개막하는 동명 연극은 김영옥·김용림·손숙·하희라·이일화·신은정 등 세대별 대표 배우들이 합류한 화려한 캐스팅으로 이목을 끈다. 웹툰 속 따뜻한 서사를 무대 감성으로 재구성해 3월 22일까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작품의 출발점은 작은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봄희’와, 자신의 영정사진을 직접 그리고 싶다며 찾아온 80대 할머니 ‘춘애’의 만남이다. 현실적인 사정 탓에 꿈을 접고 살아온 중년의 봄희, 죽음을 앞두고서야 평생 묻어둔 마음을 꺼내는 춘애의 서사가 얽히며, 각자의 나이와 처지에서 한 번쯤 가슴 깊이 눌러둔 ‘내 꿈’을 되묻게 만드는 구조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처럼, 황혼의 나이에도 새 출발은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이번에 공개된 메인 포스터는 극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춘애’와 ‘봄희’의 페어 컷을 전면에 배치해, 두 인물이 서로의 인생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힙한 할머니’ 춘애 역에는 이른바 ‘국민 할머니’로 불리는 김영옥·김용림·손숙이 트리플 캐스트로 나서고, 미술학원 원장 봄희 역에는 감성 연기의 대명사 하희라·이일화·신은정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소극장 무대에서 한 번에 보기 어렵던 국보급 연기자들이 한 작품에 모이는 셈이다.

김영옥은 출연진 가운데 최고령으로,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젊은 세대와도 소통 반경을 넓히며 ‘세대 융합형 배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포스터 속 김영옥은 하희라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인생의 굴곡을 통과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다정함과 장난기를 동시에 드러낸다. 오랜 방송 활동으로 다져진 생활 연기가 춘애라는 인물에 얼마나 섬세하게 스며들지 기대가 모인다.

하희라는 아역 데뷔 이후 40년 넘게 브라운관과 무대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해 온 배우다. 20대에 연기대상을 거머쥔 뒤 하이틴 스타와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았고, 최근 연극 ‘러브레터’를 통해 성숙한 무대 감각을 재확인시켰다. 현재 숭의여자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남편 ‘채운’과의 관계, 의붓딸 ‘꽃님’과의 갈등을 통해 중년 여성의 복합적인 감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낼 전망이다.

올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김용림은 사랑스럽고도 엉뚱한 할머니 춘애로 분해 객석을 찾는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은 이일화는 드라마 ‘친밀한 리플리’에서 보여준 섬세한 감정선에 이어, 이번에는 의붓딸과 미묘한 거리를 둔 현실적인 엄마 봄희를 통해 또 한 번 공감대를 자극한다.

연극계의 ‘대모’로 불리는 손숙은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만 다섯 차례 수상한 원로 배우다. 그간 진중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그는 “이런 캐릭터와 의상은 처음”이라고 밝히며,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지닌 춘애를 새롭게 빚어냈다. 최근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자현대비로 출연해 따뜻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여준 신은정 역시 학생 춘애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봄희 역으로 합류해, 작품의 정서를 한층 더 섬세하게 받쳐준다.

조연진 역시 만만치 않다. 봄희의 아버지 ‘상길’ 역에는 남경읍·박지일·김승욱이 캐스팅됐다. 연극·뮤지컬계를 넘나들며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온 이들은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표현에 서툰 ‘꼰대 아버지’ 상길을 각기 다른 결로 풀어낼 계획이다. 봄희의 연하 남편 ‘채운’ 역에는 강성진·이필모·윤희석이 나선다. 이들은 아내와 장인, 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가족 중심형 남편’을 통해 극에 따뜻한 유머와 현실성을 더한다. 고3 사춘기 딸 ‘꽃님’ 역에는 진지희가 합류해, 부모 세대와 Z세대 사이의 감정적 간극을 생생하게 드러낼 예정이다.

연출은 ‘랭보’ 등으로 감각적인 무대 감각을 인정받은 성종완이 맡는다. 대본은 뮤지컬 ‘랭보’의 윤희경, 음악은 ‘빨래’의 민찬홍이 책임지고, 무대는 ‘어쩌면 해피엔딩’ 등을 작업한 이은경 디자이너가 설계한다. 드라마·뮤지컬·연극을 아우르는 창작진 조합이 원작 웹툰의 따뜻한 정서 위에 새로운 무대 언어를 입히는 구조다.

‘노인의 꿈’이 다루는 인물들은 화려하지 않다. 노년의 부모, 관계가 어색해진 중년의 딸, 새엄마와의 거리를 재는 고등학생 자녀 등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법한 얼굴들이다. 그러나 이 평범한 얼굴들이 서로의 인생을 비추는 과정에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꿈을 붙잡는 순간이 펼쳐진다. 노익장(老益壯)이라는 사자성어가 무대 위에서 구체적인 얼굴과 목소리를 얻는 셈이다.

성종완 연출은 특유의 유머와 섬세한 시선으로 현실과 이상,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장면들을 설계하고 있다. 제작사 측은 이번 작품이 “노인의 삶부터 중년, 청소년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공감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새해를 여는 무대로서 관객에게 잔잔하지만 오래가는 위로를 건네겠다는 포부를 전하고 있다.

연극 ‘노인의 꿈’ 1차 티켓 오픈은 11월 28일 금요일 오후 2시, LG아트센터 서울 홈페이지와 NOL티켓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새해 첫 무대를 어떤 얼굴과 어떤 꿈으로 채울지, 또 하나의 ‘인생 연극’이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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