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최진수기자] 부안군이 결국 해냈다. 단순한 행정 개선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국제표준 3관왕’이다. 이미 확보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37001에 더해, 환경경영시스템 ISO 14001과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 45001을 추가로 획득하며,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ESG 핵심축을 전부 갖춘 지방정부로 올라섰다. 국제표준을 스스로 증명해낸 행정은 흔치 않다. 그것도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세 분야 정점을 동시에 갖춘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이번 인증은 보여주기식 행정으로는 애초에 불가능한 성과다. ISO 14001은 조직 운영 전반에서 환경 영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감축하는지, ISO 45001은 조직 구성원·주민 안전보건이 실제로 확보되는지를 까다롭게 검증한다. 부안군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내부 행정 라인을 전면적으로 손봤다. 위험요인 사전 파악부터 환경영향 저감 절차·지침 재정비, 실효성 있는 안전보건 교육 강화, 관리·감독 체계 고도화까지 행정 조직 전체가 재설계됐다.
실제 심사 과정에서도 “군 단위 자치단체에서 보기 어려운 수준의 시스템화”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조직 운용의 체계성이 부각됐다는 후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실무자들은 “단순 인증이 아니라 행정의 일하는 방식을 강제로라도 바꾸는 계기였다”고 털어놓았다. 형식이 아니라 구조 개편이었다는 뜻이다.
부안군, ISO 14001·45001 동시 인증 … ESG 행정도시 도약 본격화 / 부안군 제공
이제 부안군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기존 ISO 37001과 이번에 취득한 ISO 14001·45001을 기반으로, 2026년 1월 ‘ESG 경영인증시스템’을 전국 지방정부 최초로 취득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ESG 경영인증시스템은 한국인정지원센터(KAB)가 제정하고 중소벤처기업인증원이 인증하는 제도다. 환경(E)·사회(S)·지배구조(G) 각 영역을 개별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국내 유일의 종합 인증으로,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사실상 ‘행정 경영능력 종합평가’에 가깝다.
현장에서 만난 공무원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우린 이미 3대 국제표준을 갖췄다. 남은 건 ESG라는 상위 개념을 시스템으로 묶어내는 일뿐”이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왔다. 행정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는 말보다 현장이 먼저 알고 있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이번 성과를 “도달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ISO 인증은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행정체계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 기준”이라며 “군정 전반에서 부패방지·환경·안전보건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2026년 지방정부 최초 ESG 경영시스템을 반드시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안을 사람이 행복한 ESG 행정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하며 앞으로의 행정 개편 로드맵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많은 지방정부가 ‘ESG 행정’을 말한다. 그러나 말만으로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부안군은 이번 성과로 ‘말이 아닌 시스템’으로 ESG 시대의 지방행정 모델을 제시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국제표준 3관왕을 넘어서 ESG 행정도시라는 이름을 실질로 채워가는 일이다. 부안군의 다음 행보를 지켜볼 이유가 충분하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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