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이 또 한 번 전국 마라톤 대회의 표준을 증명했다. 세계유산도시라는 이름값, 안전을 최우선에 둔 조직력, 그리고 지역 스포츠의 공공성을 뚜렷하게 지켜낸 운영까지 올해로 23회를 맞은 ‘고창고인돌마라톤대회’가 단순한 지역행사를 넘어 명실상부 전국구 스포츠 축제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입증했다.
지난 16일, 고창공설운동장은 이른 새벽부터 차가운 공기를 뚫고 모여든 4000여 명의 러너들로 가득 찼다. 고창군체육회와 고창군육상연맹이 주관한 이번 대회는 하프(21.0975km), 10km, 5km 건강코스 등 세 종목으로 구성됐으며, 대한육상경기연맹 공인코스로 인증받은 ‘공설운동장–월곡지하도–주곡회전교차로–고인돌유적지’ 구간을 힘차게 돌파하도록 설계됐다. 이 코스는 자연 경관과 문화유산을 동시에 품어내며, 참가자들 사이에서 ‘달리는 문화기행’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호평이 높다.
특히 올해는 군이 대회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참가 신청을 선착순 4000명으로 제한했다. 가을철 대형 행사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밀집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단순한 인원 통제가 아니라, 안전관리의 기준 자체를 군 차원에서 강화한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현장 운영도 한 치의 빈틈이 없었다. 보건소, 소방서, 전문 의료진, 구급차, 구급대원 등이 본부와 반환점 등 핵심 지점에 촘촘히 배치돼 응급상황 대비태세를 완벽히 갖췄다. 경찰서와 자율방범연합회의 도로 통제로 교통사고 가능성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안전 문제에 대한 ‘사후 대응’이 아니라 ‘선제적 예방’이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스포츠 이벤트를 어떤 기준으로 관리해야 하는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대회가 끝난 뒤 군이 준비한 선수 지원도 눈길을 끌었다. 떡국, 두부, 김치, 막걸리, 돼지고기, 닭고기, 팝콘, 커피 등 푸짐한 먹거리가 제공돼 매서운 초겨울 날씨 속에서 체온을 잃은 선수들의 몸을 따뜻하게 데웠다. 기념품으로는 고창의 대표 특산품인 황토배기 쌀과 복분자주가 제공돼 ‘고창 브랜드’의 품격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지역 홍보가 보여주기식이 아닌, 참가자 체감 중심의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전략적 접근이 돋보였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의 보물 7가지를 보유한 고창군을 찾아준 마라톤 동호인들을 환영한다”며 “늦가을 고창에서 힐링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단순 환영사가 아니라, 고창이 추구하는 도시 브랜드의 방향을 명확히 드러낸 메시지다. 자연·문화·스포츠의 통합 시너지를 통해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대회는 단순히 잘 끝난 행사가 아니다. 오롯이 준비된 지자체, 안전을 중심에 둔 운영, 지역 경제 활성화, 도시 이미지를 끌어올린 전략적 스포츠 마케팅까지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이 앞으로의 전국 지자체 스포츠 이벤트의 기준점을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는 상징적 기록이다. ‘전통은 지키되, 기준은 끌어올린다’는 보수적이면서도 직선적인 행정 철학이 현장에서 정확하게 구현됐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 있다.
고창의 가을을 수놓은 마라톤의 힘찬 행진은 끝났지만, 이 대회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창은 준비된 도시이며, 관광도시를 넘어 ‘안전·유산·스포츠’가 결합된 복합 매력도시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고창군이 이 기세를 유지하며 더 높은 수준의 지역 스포츠 이벤트를 만들어 갈 기반은 이미 갖춰졌다. 그 출발선에서 뛰어오른 4000명의 러너들은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고창의 미래 가능성을 함께 증명한 주역들이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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