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가을빛이 깊게 내려앉은 ‘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에 또 하나의 따뜻한 이야기가 피어올랐다.
지난 16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고려인마을 교회가 마련한 어르신 초청 나눔행사가 열린 것이다. 긴 세월 디아스포라의 삶을 견디며 서로를 지켜온 이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자, 마을 곳곳에는 오래된 정이 조용히 되살아났다.
이번 나눔의 출발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저 농촌 일용직으로 일하며 손에 얻어 온 작은 수확물이 모여 마음의 식탁을 채웠다. 감 몇 알, 배추 몇 포기, 울퉁불퉁한 늙은호박 하나, 바나나와 포도 등으로 주민들은 부끄러운 듯, 그러나 간절한 마음으로 교회 문을 두드렸다.
광주 고려인마을 교회가 지난 16일 어르신 초청 추수감사예배와 나눔행사를 진행했다/ 사진=고려인마을 제공
“많지는 않지만… 어르신들 드시면 좋겠어요.” 그 소박한 말들 위에 감사의 온기가 차곡차곡 쌓였다. 특히 고려인마을 떡 장인 이다리아 씨가 직접 빚어 온 고려인 전통 떡 ‘쌀베고자, 침펜(술떡)’ 등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고향의 향수를 담아낸 떡 한 조각은 어르신들에게 잊고 있던 시간을 불러오는 따뜻한 선물이 되었다.
여기에 마을 지도자들이 직접 반죽하고 구운 고려인전통 호떡 100개, 그리고 손수 준비한 과자와 초콜릿까지 더해지자, 예배당은 어느새 달콤한 가을의 향기로 가득한 작은 잔치마당으로 변했다.
감사예배가 끝나고 나눔이 시작되자, 어르신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우리 손주들 먹으라고 챙겨주네…”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챙겨주니 힘이 나요.” 오랜 그리움과 고단한 세월이 스며 있는 삶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가 되어주는 따뜻한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
이번 추수감사절 나눔은 단순한 물품 전달이 아니었다. 낯선 조상의 땅에서 다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를 확인하는 자리, 그리고 ‘감사’라는 말의 참된 의미를 다시 되새긴 축제였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우리가 나눈 것은 감 몇 알, 떡 몇 개일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건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었다” 며 “이 풍성한 가을의 나눔이 어르신들의 마음에도 작은 희망 빛이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가을의 끝자락, 고려인마을 교회는 작은 열매들을 모아 따뜻한 사랑을 건넸다. 손바닥만 한 수확물이었지만, 그 속에는 서로를 향한 진심이 가득했다.
이 소박한 나눔은 어르신들의 마음에 새로운 용기와 위로를 더하는 감사의 빛이 되었고, 이날의 온기는 다가올 겨울의 찬바람 속에서도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고려인마을 교회는 이 사랑이 또다시 봄을 부르는 희망의 씨앗이 되어, 서로의 마음 속에서 조용히 피어나길 간절히 기도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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