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는 매년 수많은 지역축제가 열리지만, 모든 축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축제는 독특한 콘텐츠와 체계적인 운영으로 지역 발전에 기여한 반면, 일부는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으로 비판받는다. 이런 가운데 경기 파주시의 대표 특산물 행사인 파주개성인삼축제가 2025년 제20회를 맞아 성공적인 지역축제의 모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파주개성인삼축제는 6년근 개성 인삼과 청정 파주 농특산물을 앞세운 축제로, 최근 열린 행사에서 2일간 총 8억 8천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축제장에서는 인삼 7.5톤(약 3억6천만 원 상당)과 농특산물 및 음식 매출 5억2천만 원 등 직거래를 통해 지역 농가 소득을 올리고, 방문객들은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인삼을 구매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현했다.
축제 슬로건은 “6년근 파주개성인삼과 청정 파주 농특산물로 건강을 지키자!”로, 다양한 체험 행사와 공연이 펼쳐져 시민과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성황리에 마무리된 파주개성인삼축제 [파주시제공]
[시사의창 2025년 11월호=김성민 기자] 풍성한 프로그램과 질서 있는 운영의 파주 축제
파주개성인삼축제는 지역 특산물인 개성 인삼을 주제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보였다. 축제에서는 인삼·콩·쌀로 대표되는 파주 장단삼백을 활용한 장단삼백 요리 전국 경연대회와 전통 스포츠인 씨름대회가 열려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또한 파주 청년·청소년들이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낸 청년·청소년 오픈 마이크 페스티벌도 큰 인기를 끌며 지역축제에 활력을 더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인삼 캐기 체험, 인삼주 담그기 등의 체험 부스를 즐기며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몸소 느꼈다. 축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지역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와 전문 음식 부스가 운영되어 방문객들이 신선한 농산물과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파주시는 행사 기간 농산물 판매장에서 주차장까지 무료 물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축제장에서 집까지 구매 물품을 보낼 수 있는 반값 택배 서비스도 운영하여 먼 곳에서 온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이와 함께 휠체어·유모차 무료 대여, 이동식 화장실 추가 설치, 미아보호소 운영 등 세심한 편의시설 마련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쾌적하고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행사장 질서 유지와 안전 관리가 돋보여, 많은 인파에도 불구하고 큰 사고나 혼잡 없이 축제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체계적인 운영 덕분에 파주개성인삼축제는 파주시민뿐 아니라 인근 지역 및 수도권 관광객들에게까지 입소문이 퍼지며 호평을 받았다.
'제20회 파주인삼축제' 임진각 행사장 모습 [파주시 제공]
전국 축제 현황과 실패 사례가 남긴 교훈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천여 개 이상의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에서 1,129개의 지역축제가 개최될 만큼 지자체마다 다양한 축제를 통해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축제 수가 급증하면서 모든 축제가 성공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축제 개최 경쟁이 과열되면서 준비 부족, 부실한 운영, 차별화되지 않은 콘텐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대표적으로 실패하거나 논란이 된 축제 사례를 살펴보면, 여러 공통된 문제점이 드러난다.
전남의 강진청자축제의 경우 오랜 전통을 지닌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참신함 부족과 축제장 운영 미흡이 지적되었고, 일부 방문객들은 현장에서 지역 음식 가격이 비싸고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대전에서 열린 토토즐 페스티벌은 젊은 층을 겨냥한 야간 축제로 주목받았지만, 무대에서 노출이 심한 공연을 진행해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지는 등 행사 내용 면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결국 토토즐 페스티벌은 시민들의 반발과 예산 낭비 논란 속에 한때 개최가 잠정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이후 축제의 방향을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전국 각지에서 축제 기간마다 반복되는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사례는 지역축제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25년 제주도 벚꽃축제에서 일부 상인이 순대볶음 몇 조각에 2만 5천 원을 받거나 잔치국수 한 그릇에 1만 5천 원을 책정하는 일이 발생해 관광객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러한 바가지요금 문제와 서비스 불친절은 “차라리 해외로 떠나겠다”는 자조적인 반응을 낳으며 지역 관광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 위험이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지역축제 현장에서 모두 30건의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했으며, 축제장 임시 설치물이 무너지거나 관람객이 추락해 다치는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안전 관리 미흡은 축제의 실패를 넘어 시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다. 결국 민관 협력의 부족, 즉 지자체와 지역 주민·상인이 함께 축제를 만들어간다는 인식이 부족하면 축제 운영에 허점이 생기기 쉽고, 축제가 단순한 행정 행사에 그칠 위험이 크다. 위의 사례들은 지역축제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내실 있는 기획과 철저한 운영,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한흥 월롱면 파출소장이 방문한 주민들과 대화를 하며 주문을 받고 있다.
축제 성공의 숨은 주역들, 김윤정 월롱면장 비롯한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파주개성인삼축제의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축제장 앞에서부터 친절하게 주차 안내하는 경찰공무원과 자원봉사자, 임시 파출소를 설치하고 수시로 순찰하는 치안 서비스는 축제장에 온 방문객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했다. 깔끔하게 설치된 부스와 이동하기 편한 동선 구조에서 방문객을 배려하는 세심함이 느껴진다.
각 부스를 구경하고 월롱면 새마을부녀회가 운영하는 부스에 들어섰다. 넓은 부스에 손님들이 가득하다. 안내에 따라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음식을 주문했다. 육개장 9,000원, 도토리전 8,000원, 막걸리 4,000원 등 여느 식당에서 먹는 가격보다 오히려 저렴하다.
얼굴 길이보다 더 큰 6년근 개성인삼튀김이 13,000원이다.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특산품과 음식이 있는 축제라면 반절은 성공한 셈이다. 방문객들은 “파주 축제엔 바가지가 없다”며 “음식도 저렴하고 봉사자들이 친절해서 즐겁게 먹고 즐길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인삼튀김과 막걸리에 허기를 달래던 중 평소 안면이 있는 김윤정 월롱면장이 눈에 들어온다. 앞치마를 두르고 주문과 서빙을 하느라 경황없어 보이는 김 면장은 눈인사만 하고 부지런히 손님상을 치우고 있다. 파주시에서 문화행정과장과 관광과장 등을 역임한 김윤정 면장은 풍부한 행정 경험만큼이나 축제 현장에서도 열심이다.
필자 얼굴 크기보다 훨씬 큰 인삼튀김에 웃음이 터진다.
“축제는 주민이 주인공”이라는 신념을 가진 김윤정 월롱면장은 지역 단체들의 축제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행사 당일에는 기관장으로서 지휘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1인 3역을 소화했다. 현장에서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 안내를 도왔으며, 때로는 판매 부스에서 음식을 나르고 설거지를 도맡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심지어 김 면장은 자신이 아는 외부 지인들까지 축제에 초청해 파주의 특산물과 시정 활동을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파주시 홍보대사 역할을 자임했다. 그러면서 방문객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하면서 매출까지 올리는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열린 행정과 열정적인 현장 중심의 리더십 덕분에 주민들은 더욱 자발적으로 축제에 참여했고, 축제장은 화합과 열정의 분위기로 가득 찼다.
김 면장이 바쁜 일을 마치고 합석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아까 우리 일행을 안내하고 주문받아 음식을 내오던 분이 월롱면 이한흥 파출소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비번에 휴식 대신 축제 현장에 나와 면민들과 어울려 봉사하고 있는 경찰공무원의 모습이 감동이었다.
축제 이틀 동안 김윤정 면장·이한흥 파출소장, 두 기관장이 직접 발로 뛴 이러한 헌신적인 봉사는 공무원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높이고, 축제 현장을 한층 따뜻하게 만들었다. 축제에 참석한 주민은 “김윤정 면장과 이한흥 소장 같은 현장형 리더십이 있었기에 축제가 큰 사고 없이 품격 있게 치러질 수 있었다”며 “이들의 노력에 지역 주민들도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품격 있는 지역축제의 조건과 발전 방향
파주개성인삼축제가 거둔 성공은 축제를 개최하는 다른 지자체에 여러 시사점을 준다. 우선 교통과 접근성의 편의 제공이 중요하다. 축제 장소가 대중교통으로 쉽게 오갈 수 있거나, 충분한 주차 공간과 셔틀버스 등 교통 대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전남 곡성세계장미축제는 축제장이 기차역에서 도보 7분 거리에 위치한 접근성 덕분에 방문객 수가 많이 늘어난 사례다.
파주개성인삼축제의 경우도 서울·경기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임진각 관광지 일대에서 열려 수도권 관람객들의 유입이 수월했다.
다음으로 가격과 서비스의 만족도가 축제의 성패를 좌우한다. 지역축제에서 바가지요금 논란이 반복되면 관광객들의 신뢰를 잃고 다시 찾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음식이나 상품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상인들과 종사자들에 대한 친절 교육을 철저히 해 ‘착한 축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파주개성인삼축제처럼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저렴한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고, 친절한 응대를 보장한다면 방문객들은 만족감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시민 참여와 지역 특색을 살린 콘텐츠 개발 역시 필수적이다. 축제 기획 단계에서부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특산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늘려야 축제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지속 발전할 수 있다. 주민들이 단순 관객을 넘어 공연이나 체험 프로그램의 일부로 참여할 때 축제는 비로소 모두의 축제가 된다.
또한 민간단체와 기업, 상인회의 협력을 통해 축제 운영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 축제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은 축제 자원봉사자 확대, 지역 업체와의 상생, 그리고 긴급 상황 시 대응력 강화 등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월롱면 새마을부녀회원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 관리와 행정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인파가 몰리는 축제에서는 한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전에 경찰·소방 등 관계기관과 협조하여 면밀한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실제로 올해 경남 진주시의 10월 축제는 172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조로 16일간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축제를 마무리하며 모범적인 안전 관리 사례로 호평받았다.
이처럼 철저한 계획과 협조 아래 진행된 축제는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안전한 축제 문화’를 정착하게 해준다. 파주개성인삼축제 역시 축제 전부터 파주시와 파주경찰서, 소방서가 함께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비상 대응체계를 구축한 덕분에 행사 기간 큰 사고 없이 마칠 수 있었다.
파주개성인삼축제가 보여준 성공 요소들은 특별한 비법이 아닌, 모든 지역축제가 지향해야 할 기본에 충실한 노력의 결과였다.
축제의 품격은 화려한 외형이 아니라 내용을 채우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 친절하고 성숙한 시민의식, 합리적인 운영과 가격, 헌신적인 공무원의 노력, 그리고 지역 고유의 색깔을 담아내려는 꾸준한 고민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한 지역의 축제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모범 사례로 거듭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파주의 사례를 교훈 삼아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민과 방문객 모두가 만족하는 지속 가능한 축제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쌓일 때 전국의 지역축제들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사회를 활력 있게 하고 대한민국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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