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청아한 목소리가 있다. 그 주인공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젊은 엄마이자 가수 강마리아(23) 씨다.

강마리아 씨의 본명은 유가이 마리아다. 결혼하면서 남편의 성을 이어받아 강씨로 바꿨다.그녀는 전쟁의 어둠이 깃들던 2021년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해 고려인마을 산하 광주새날학교에서 학업을 마쳤다. 20세에 결혼해 이제 세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그녀는, 여느 젊은 엄마처럼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노래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젊은 엄마이자 가수 강마리아(23) 씨/사진=고려인마을 제공

그녀의 음악적 뿌리는 아버지 유가이 발레르에게서 이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발레르 씨는 우크라이나에서 음악인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구소련 록 음악의 전설 ‘빅토르최’ 의 이름을 딴 기타교실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기타와 키보드를 가르치고 있다. 아버지의 기타 선율 위에서 자란 딸은 이제, 마을주민들이 보는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8일, 광주 고려인마을 중앙의 홍범도공원에서는 ‘전국동포김치담그기경연대회’가 열렸다. 그날의 특별 초대가수로 무대에 오른 강마리아 씨는 가을 햇살처럼 따뜻한 목소리로 세 곡을 불렀다.

첫 곡은 우크라이나 민요 〈Як у нас на Україні〉(야크 우 나스 나 우크라이니). “우크라이나에서는 모든 밭이 꽃피고, 사람들은 노래한다”는 가사처럼, 그녀의 노래 속에는 떠나온 고향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묻어났다.

두 번째 곡은 〈Анна Кошмал - Вальс〉(안나 코슈말 – 왈츠). 회상과 이별의 감정을 담은 곡으로, 그녀의 눈빛과 청아한 음성이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마지막 곡은 미국 가수 로렌 다이글의 〈You Say〉. “나는 사랑받고 있고, 강하며, 붙들려 있다.” 그녀는 이 노래로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 순간, 무대 아래에서는 경연장을 찾은 고려인 동포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조용히 따라 불렀다.

강마리아 씨에게 노래는 단순한 재능이 아니다. 그녀는 “전쟁과 이주로 인해 잃은 것도 많지만, 노래를 부를 때면 다시 고향의 하늘이 떠올라요. 음악은 제게 ‘꿈과 희망이 깃든 고향 집’ 과 같아요.” 라고 말한다.

이제 광주 고려인마을은 그런 그녀를 ‘그리움이 살아나는 천상의 목소리’ 라 부른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녀의 이름이 불리고,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공동체의 따뜻한 배경음처럼 흐른다.

강마리아 씨 역시 고향이 그리우면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작은 방 안에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그 선율은 멀리 우크라이나의 들판으로, 그리고 광주 고려인마을의 골목으로 잔잔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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