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올해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는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COP30은 아마존의 심장부이자 브라질 해안과 강이 만나는 ‘벨렘’에서 개최되는데, 2015년 196개국이 참여해서 서명한 파리기후협약의 성과를 점검하고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1.5°C 상승 제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에 합의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향하고 있는 길은 2.6°C 온난화라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위기의 영향을 초래할 위험한 궤도를 가고 있다. 이러한 절박한 현실 앞에서 우리나라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2035)는 어떤 응답을 내놓아야 할까?
[시사의창 2025년 11월호=최광석 포천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 파리기후협약은 각국이 자발적으로 국내 기후 목표를 명시하는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중심으로 지구의 온도를 1.5°C 상승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지구촌 사회의 노력을 결집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서명에 참여한 국가별로 자국의 이해와 현실에 따라 그간에 NDC 감축 목표에 대해 다소 유동적이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국가들도 있긴 했으나 최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적인 노력이 진행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협약에 따르면, NDC는 5년마다 발표되어야 하며, 가능한 가장 높은 목표를 제시하고, NDC 갱신 시에 이전보다 더 야심찬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래칫 메커니즘(Ratchet Mechanism)’에 의거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축 목표를 상향해야 하고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을 통해 관리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2023년 마무리된 첫 번째 전 지구적 이행점검에서 우리나라는 기준연도인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13.9% 감소하여 지속적인 감축 의지를 보여주긴 했으나 우리의 현주소가 목표 달성에 크게 못 미친다는 냉정한 현실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올해는 파리협정 서명 이후 2020년 2차 회의를 중심으로 한 초기 공약에 이어 ‘강화된’ 공약인 소위 ‘NDC 3.0’을 제출해야 하는 중요한 해가 된다. 특히 NDC 3.0은 2035년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것이며, 이 2035년은 개발도상국이 탈탄소화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재정 지원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새로운 집단적 정량화 목표(NCQG: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on Climate of Finance)’의 목표 연도와도 일치하고 있어 올해 COP30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5°C 목표를 달성하려면 2019년 수준에서 지구 온실가스를 2035년까지 60% 줄여야 한다고 추산하고 있는데 이처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국제사회의 감축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NDC 3.0을 대비한 목표 설정은 녹록지 않은게 현실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8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 개막식 개회사에서 기후테크 신산업 적극 육성과 각종 규제와 제도 혁신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겠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COP30을 앞두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을 위한 대국민 공개 논의에 들어가면서, 지난 9월 19일부터 10월 14일까지 총 7차례의 국민 토론회를 열어 2034년 감축 목표를 마련하기 위해 전력, 산업, 수송, 건물, 농축산, 흡수원 등 5개 토론을 진행했으나 ‘40% 중후반’ ‘53%’ ‘61%’ ‘67%’ 등 4개 감축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영국은 지난해 COP29에서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81%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이를 이번 NDC에 그대로 반영해서 이미 올해 2월에 UNFCCC에 공식적으로 제출했으며, COP28의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를 반영해 신규 석유·가스 채굴 중단,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에너지 효율 2배 개선 등을 NDC에 명시하고, 특히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95%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는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65% 감축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출했는데 이는 기존 2030년 목표인 50%를 큰 폭으로 상향한 목표치이며 2031~2035년 동안 평균 59%의 중간 감축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뉴질랜드도 2035년까지 2005년 대비 51~55% 감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2030년보다 상향된 NDC 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은 경제 전반의 59~67% 감축 목표를 재확인했고, 호주는 2005년 수준에서 62~70% 감축을 약속했다.
노르웨이는 1990년 수준에서 70~75% 감축을 발표했다. 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81% 감축하겠다는 NDC목표를 발표하면서 80%를 넘어선 최초의 국가가 되었으며 EU는 목표를 55%에서 상향된 66~72%로 높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다수 국가의 NDC 제출 일정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려스러울 정도로 지연되고 있는데 당초 2월, 그리고 9월로 수정된 마감 시한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기후정책허브(International Climate Policy Hub)에 따르면 2025년 9월 16일 기준으로 35개 국가에서 새로운 NDC를 제출했으며,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1%만을 차지하는 수치이고 10월 17일까지 63개의 국가가 NDC를 제출했지만 새로운 NDC 제출 비율은 30%에 머물러 매우 저조하다.
온실가스 감축 관련해서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중국은 막대한 인구와 산업 규모로 인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1%를 차지하고 있으나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7~10% 줄이겠다는 매우 소극적 목표를 발표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1.5°C 경로에 맞추기 위해 중국이 2035년까지 배출량을 30% 줄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심각한 압력과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러시아는 65~67% 감축과 2060년까지 탄소 중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1.5°C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 흐름과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NDC 2035는 더욱 비판적인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요 배출국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NDC 3.0에 대한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는데 어려움을 격고 있다.
우리나라는 1.5°C 목표 준수를 위해 더욱 강력한 기후 행동이 요구되고 있으며 IPCC는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60% 감축을 촉구하고 있어서 현재 2018년 대비 40% 감축목표를 제시했던 2030 NDC만으로는 1.5°C 목표 달성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의 NDC 목표는 2035년에 최소한 IPCC 권고 수준에 부합하거나 또는 그 이상의 과감한 목표를 가지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부문별 정책을 가져가야 국제사회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9월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7% 감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NDC 목표와 함께 COP30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새로운 집단적 정량화 목표(NCQG)’ 에 대한 논의이다. 이 논의를 근거로 국제사회는 한국에 대해 기후 재원 기여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서 개발도상국의 탈탄소화와 기후 적응을 위한 재정 지원에 적극적인 동참을 꾸준히 요청 받아왔으나, 이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NDC 2035에는 국제 기후 기금에 대한 기여 확대, 기후 기술 이전 및 역량 강화 지원 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재정 기여 방안을 포함하여 ‘기후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지와 정책을 구체화 해야 할 시기이다.
‘기후테크’는 한국이 글로벌 기후 행동을 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NDC 2035는 한국이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그린 수소, 차세대 재생에너지, 배터리, 스마트 그리드 등 핵심 기후테크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와 산업 생태계 조성을 가속화하고, 이를 통해 국내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강력한 비전을 제시해서 기후테크 수출과 국제 협력을 통해 글로벌 탄소 감축에 기여하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전략적 접근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요구하고 있는 상향된 NDC 2035 목표는 산업 구조 재편과 생활 방식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 위축, 일자리 감소, 지역성장 불균형 등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기후 전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NDC의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이나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직업 전환 교육, 재취업 지원,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 등을 담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1.5°C 목표의 성패를 가를 COP30에서 NDC 3.0을 향한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금까지의 실망스러운 NDC 제출 상황과 적극적인 NDC 목표 상향안을 제출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단순한 서류상의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 각국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하며, 현재 NCQG의 목표인 3,000억 달러~1조 3,000억 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조 달러가 2030년까지 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예측 가능하고 투입규모를 확대할 재원 없이는 아무리 야심찬 공약이라도 1.5°C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NDC 3.0의 시간은 이미 흐르고 있다. 인류는 지금 역사적인 시험대에 서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NDC 2035 목표는 단순히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대한민국의 의지와 리더십을 보여주는 중요한 약속이 될 이다. 과감하고 책임감 있는 목표 설정과 그 이행을 위한 전 사회적인 노력이 없다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앙’을 불러오는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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