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 2025년 11월호=김세전 시사의창 전략사업부 대표] 1970년 11월 13일, 스물두 살 청년 전태일은 서울 평화시장 앞에서 온몸에 불을 붙였다.
하루 14시간 이상, 먼지 가득한 다락방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던 어린 여공들을 위해 그가 선택한 최후의 호소였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그의 마지막 말은 5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그의 외침에 제대로 답했는가.
전태일은 가난한 재단사였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법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는 이 법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노동청에 진정서를 내고, 언론에 호소하고, 거리에서 유인물을 돌렸다.
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법은 있으되 지켜지지 않았고, 노동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의 분신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아들의 뜻을 이어받아 평생 노동운동의 어머니로 살았고, 그의 죽음은 수많은 청년들을 노동 현장과 민주화 운동으로 이끌었다.
전태일의 분신 이후 한국의 노동법은 조금씩 개선되었고, 노동자의 권리는 조금씩 확장되었다.
하지만 2024년 오늘, 우리는 여전히 전태일의 질문 앞에 서 있다.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한다.
‘산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 현실이다.
전태일이 외쳤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선언은 AI와 자동화 시대에 더욱 절실한 화두가 될듯 하다.
전태일은 영웅이 아니라 우리의 동료였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침묵하지 않기로 선택한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정신은 특별한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부당함을 목격하는 모든 우리의 몫이다.
11월이 오면 우리는 묻는다.
전태일이라면 지금 무엇을 할까.
답은 명확하다. 그는 여전히 작업장에서, 거리에서, 우리 곁에서 싸우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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