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 2025년 11월호=박근하 변호사] 해방 이후 대한민국 검찰의 역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역대 정권은 자신의 민주적인 정당성이 부족하면 권력 기관을 통해 국민과 언론 등을 통제하면서 정권을 이어갔다. 특히 독재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이런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 정권의 태생이 대부분 권력 기관(군과 검찰, 경찰 등)이었기 때문에 그 기관의 성향을 잘 파악하면서 인사를 통해서 지휘를 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권력 기관에는 더없이 편하게 권력을 행사하고 정책을 펴는 수단이었을 것이나, 민주화를 바라는 진보 민주세력, 언론출판계는 이에 순응하지 않고 계속 저항하면서 역사는 발전하였던 것 같다. 그 권력의 정점에 어떤 시기에는 경찰이, 그 후 군부가, 그 후엔 안기부와 같은 정보기관이 있었으며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가장 문민 구호와 이미지에 맞는 사회 엘리트를 자부하는 검찰이 그 자리에 섰다.
검찰은 문민정부 이후 본격적으로 사회 권력 주도 세력으로 나서면서 막강한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정치 풍향계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다. 정권을 잡은 권력층에게도 검찰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 너무도 편했고, 검찰도 그렇게 상호 윈윈하면서 어둠과 음모의 그늘 속에서 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권과 검찰은 척을 지기 시작했고, 진보 정권을 축으로 한 검찰 개혁의 드라이브와 이에 대항하는 검찰의 은밀한 조직적 반격이 시작됐다. 검찰은 그 오랜 경험을 통해서 정권에 어떻게 맞서는 것이 효율적인지 잘 알고 있다. 정권과의 정면 싸움은 승산이 없기에 일단 정권 초기에는 피한다. 그러면서 정권의 흠(수뢰 등 부패, 선거 공작 등)을 발견하면 이를 수사하면서 정권을 견제하고 협상을 시작한다. 정권이 중기를 넘어서 ‘레임덕’ 현상에 빠지면 거침없이 본색을 드러내면서 그동안 자신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온 여권 인사 등을 수사하면서 복수를 하기 시작한다. 또 정권이 바뀌면 현 정권의 입맛대로 전 정권의 수반도 거침없는 모욕주기 수사로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그들의 뒤끝은 날카롭고 무섭고 치욕적이다.
그 뒤 보수 정권을 거치고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도 여전히 ‘검찰 개혁’은 중요한 대선공약이었고 나름 꾸준히 추진했었다. 검찰 수사권 완전폐지(검수완박)와 공수처 신설 등은 이전의 개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순수했고 아둔했기에 검찰 개혁의 가장 반동주의자인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악수(惡手) 중의 악수(惡手)를 두면서 검찰 개혁은커녕 역사의 퇴보를 가져왔다. 어리석음의 절정이요, 민주와 진보를 향한 반역의 시작이었다.
윤석열 정권의 철저한 반개혁적인 광풍 뒤에 탄핵과 새로운 이재명 정권의 탄생으로 역대 어느 정권보다 검찰 개혁에 대한 열망이 높고 객관적인 상황도 이에 호응하는 듯하다. 국회에서 여권이 다수당을 차지하여 입법을 통해서 개혁을 완수할 수 있으며, 국민들의 검찰 개혁에 대한 지지도 어느 때보다 높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여 검찰의 권한 집중을 해소하는 것이며, 이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능을 이원화하는 것이다.
현재 여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그 기능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두 조직으로 분리하는 것인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검찰의 수사 기능을 넘겨받아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하며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는 것이며, 공소청은 검찰의 기소 및 공소 유지(재판) 기능을 전담하는 것으로 법무부 산하에 둔다는 것이다.
이같이 조직 개편의 큰 틀은 마련되었으나, 구체적인 시행을 앞두고 여러 쟁점이 논의되고 있으며 그중 가장 큰 쟁점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로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토하여 미비점을 발견했을 때 검사에게 추가 수사를 지시하거나 직접 보완 수사할 수 있는 보완수사권을 공소청 검사에게 계속 부여할지 여부이다.
이에 대한 찬성 의견(유지)은 경찰 수사의 견제와 최종 점검 역할을 위해 필요하며, 수사 과정에서의 부실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폐지·축소)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 원칙을 훼손하며,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이용해 사실상 수사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 외 헌법상 검찰총장의 존재가 명시되어 있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도 문제 되고 있으며 그 후 위 법률안이 시행되었을 때 수사 기능이 분리되면서 수사 기관 간의 혼선이나, 중수청 신설 후 수사 역량 약화, 수사 지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오랜 변호인 생활을 해 오면서 검찰과 경찰 조직 모두에서 직간접적인 경험을 해 온 필자로서는 현재 개혁의 방향은 옳고도 정당하다. 다만 그 시행 과정에서 위와 같은 찬반 의견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논의가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개혁의 큰 방향을 놓치면 안 된다.
일단 여기까지 오기까지 우리 역사는 검찰이라는 조직에 의해서 발전과 퇴보를 거듭해 왔고 지금의 시대정신은 ‘개혁’이다. 그 역사의 흐름과 정당성 속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인정 여부도 결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검찰권 남용과 횡포 그리고 폭행으로 고통당한 모든 분을 위로한다. 특히 고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 한번 추모한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