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가 지난 4일(화) 뉴욕에서 열린 뉴욕시장 선거 개표 밤 워치 파티에서 승리 연설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AP 사진/유키 이와무라)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뉴욕이 ‘맘다니 시대’로 넘어갔다. 34세 주하란(조란) 맘다니가 지난 4일(현지)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111대 시장으로 확정됐다. 그는 뉴욕 최초의 무슬림이자 남아시아계 시장이며, 한 세기 만의 최연소 시장이다. 개표 초기부터 우위를 점했고, AP가 동부시간 밤 9시34분에 당선을 확정했다. 최종 득표는 50%대 초반, 5개 보로 중 보수 성향의 스태튼아일랜드를 제외한 4개 보로를 제패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대규모 사전투표와 200만 명대의 높은 참여가 당선에 힘을 보탰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뉴욕은 너무 비싸다”였고, 렌트 동결·생활비 인하 같은 체감형 의제가 투표장을 움직였다.
‘이민·학문·영화’가 빚은 맘다니의 정치 정체성
맘다니는 우간다 캄팔라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뉴욕으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컬럼비아대의 저명한 정치학자 마무드 맘다니, 어머니는 오스카 후보에 오른 영화감독 미라 나이르다. 다문화·인권 담론이 생활이었던 집안 환경은 그의 사회민주주의적 관점과 팔레스타인·이민·인권 이슈에 대한 감수성을 키웠다. 201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퀸즈 애스토리아를 기반으로 2020년 뉴욕주 하원에 진입했다. 정치 입문 전엔 주거상담 활동과 음악(래퍼 ‘영 카드아몸’)을 병행하며 지역운동에 뿌리를 내렸다.
‘생활비·연합·디지털’은 당선의 3요소 키워드
첫째, 생활비/주거. 그의 플랫폼 첫머리는 ‘뉴욕의 비용 낮추기’였다. 렌트 동결, 임대인 단속, 공공보육·무상버스 확대, 식료품 공영모델 등은 팬데믹 이후 체감 인플레이션에 시달린 청년·세입자에게 직격했다. 둘째, 연합. 민주사회주의(DSA) 풀뿌리부터 샌더스·AOC까지 진보 진영의 전면 지원 속에, 민주당 내 기성 엘리트와의 ‘예비선거 대전’(앤드루 쿠오모 격파)을 통과하며 당의 새 중추로 부상했다. 셋째, 디지털/소액 캠페인. 수만 명 자원봉사와 소액 모금·SNS 확산을 결합한 ‘저비용–고확산’ 모델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누가 맘다니를 밀었나
출구조사·지도 분석에 따르면, 20~30대 여성·대학 학위층·이민 2세대 유권자의 결집이 두드러졌다. 렌트 동결과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비(非)백인 세입자 밀집 지역에서 강한 호응을 얻었고, 백인 유권자층은 지역·계층별로 엇갈렸으나 생활비 공약의 파급력이 완충재로 작동했다. 스태튼아일랜드를 제외한 4개 보로에서 우세했다는 보도는 ‘진보연합의 도시 표준’이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한다.
트럼프와 형성된 ‘대결 프레임’의 재가동
트럼프는 맘다니의 승리를 즉각 공격했다. “승리를 축원한다”면서도 “워싱턴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관계설정 압박–이념 낙인(공산주의자)’의 이중 프레임을 구사했다. 이에 맘다니는 당선연설에서 “뉴욕은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며 정면 대응했다. 이는 향후 △이민·난민 지원(도시 보호정책) △연방 치안·치안예산 연계 △도시 빈곤·주거 재정 지원 등 연방–도시 간 협상 테이블에서 충돌 수위를 키울 변수다. 특히 이민·노숙인·주거 보조금 등 ‘재정 파이프라인’과 DOJ·DHS 정책 집행에서 갈등이 빈번해질 전망이다. 다만 뉴욕시는 소송·연방보조금 규정·주의회 변수로 연방의 직접 보복을 법적으로 제어해 온 전례가 있어, 법정 공방과 여론전이 동시 전개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가 받을 타격, 상징·정책·지형의 ‘삼중고’
① 상징 충격: 미국 최대도시에서 민주사회주의자 시장의 탄생은 ‘트럼프 시대’에 대한 도시 유권자의 불신을 상징한다. 2025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광범위한 승리를 거둔 흐름과 맞물려, 백악관의 정치적 레버리지가 대도시에서 더욱 약화될 수 있다. ② 정책 저항의 확산: 맘다니의 생활비·주거 어젠다는 타 도시 진보 시장들의 ‘카피캣’을 촉발해, 연방의 반(反)도시 어젠다(이민 단속 강화, 복지 축소, 공공부문 긴축)와 충돌하는 도시 블록 연합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③ 여론 지형: 청년·여성·유색인종 유권자 결집은 202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불리한 ‘도시–교외 벨트’ 확장을 부를 수 있다. 요컨대 뉴욕은 다시 ‘반(反)트럼프 정치의 쇼윈도’가 된다.
‘약속의 난이도’와 현실 정치는 맘다니의 리스크
맘다니의 공약은 주택·복지·노동에서 강한 집행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뉴욕의 재정 제약, 주(州) 차원의 법·규정(렌트 규제·세제·경찰권), 의회 다수파와의 협상, 부유층·부동산 업계의 반발이 집단적으로 작용한다. 렌트 동결·무상버스·공공보육의 재원조달과 우선순위 설정, 공공안전 프레임 전환(치안–복지 통합)은 첫 해 성패를 가를 시험대다. 동시에 ‘친이스라엘·친기업’ 네트워크의 역공, 이민·난민 대응을 둘러싼 연방–주–시 삼중 갈등도 변수다. 결론적으로 맘다니 모델은 “생활비–동원–디지털”의 선거공식에선 검증됐지만, “재정–법·제도–이해관계”의 통치 단계가 진짜 승부처다.
왜 지금 뉴욕은 맘다니였나
생활비 상승 속 체감 위기를 해결할 즉각적·보편적 처방을 제시했고, 반(反)엘리트 정서와 청년층의 가치 투표를 조직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민·소수자 정체성의 서사가 더해져 ‘도시적 진보의 표준’이 재가동됐다. 선거는 끝났지만, 트럼프–맘다니 대립 구도는 이제 뉴욕이라는 세계적 도시 무대에서 매일 업데이트될 것이다. 그 충돌의 파문은 도시정책의 실험이자, 2026년 전국 판세의 초읽기다. 뉴욕은 다시 미국 정치를 바꾸는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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