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출신 도공 심당길이 일본에 씨 뿌린 ‘사쓰마 도자기’로 이어진 한-일 문화의 끈

민간 공예인부터 농악단까지, 도자를 넘어 생활문화로 확장된 남원-히오키 교류

남원시, 민간 공예인 교류단 일본 히오키시 미야마크래프트위크 참가


[시사의창=소순일기자] 전북 남원시와 일본 가고시마현 히오키시(鹿児島県 日置市)는 도자기를 매개로 시작한 인연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깊이 있는 도시 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남원 출신 도공 심당길이 일본으로 건너가 이룬 ‘사쓰마 도자기’의 계보에서 출발해, 현재는 전통공예·공연예술·민간교류까지 폭넓게 뻗어나가고 있다.

남원에서 출발한 인연은 16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이 겪은 정유재란(1597-1598)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심당길은 당시 일본에서 도자기를 잇는 기술적 맥락을 형성했고, 그 후손인 심수관가(沈壽官家)가 현재까지 일본의 명문 도자 가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측 지역인 미야마(三山) 일대, 히오키시 내에서 ‘사쓰마 도자기’가 생산된 역사는 이 한국 출신 도공들의 활동과 깊은 연관을 지닌다.

남원시와 히오키시는 1998년 ‘사쓰마 도자기 400주년 귀향제’를 계기로 단절됐던 도자기 인연을 되살리는 출발점을 삼았다. 이후 2008년 우호교류도시 협약을 맺고, 2023년 8월에는 ‘도자문화 교류 및 상생’ 협약을 체결하며 양 도시의 문화 관계를 체계화했다.

특히 최근에는 도자기만이 아닌 생활문화·공예·공연을 매개로 민간과 행정이 함께하는 교류가 활발하다. 2024년에는 남원시립농악단이 히오키시 미야마크래프트위크에 초청돼 남원 농악의 역동성을 현지에 선보였고, 11월에는 남원시가 민간 공예인 6명으로 구성된 교류단을 히오키시에 파견해 도자·옻칠·목공예 등 다양한 분야 실무 교류를 진행했다.

이번 교류는 단순히 이벤트성 방문을 넘어 ‘실제 경험과 인사이트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교류단은 히오키시 미야마 지역에서 열리는 크래프트위크 축제를 견학하며 일본형 공예축제 운영 방식을 직접 체험했고, 현지 장인들과의 교류 및 전시·체험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남원 도자문화 발전의 실질적 밑거름을 마련했다.

앞으로 남원시는 도자문화 교류를 통해 국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국립도자전시관’ 유치 및 도자문화 진흥 정책을 추진하는 데 히오키시와의 협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양 도시는 인적교류 확대·도자문화 활성화·지속가능한 상생모델 구축 등의 분야에서 공동협력하기로 했다.

이 모든 흐름은 ‘흙과 불’로 상징되는 도자기 제작이라는 물리적 공예행위에서 시작해, 시간이 흐르며 ‘사람과 문화’로 확장된 교류로 변화해왔다. 두 도시는 이제 예술·공예·생활문화의 다리를 놓으며, 지역적·국제적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