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 대봉감 장터 포스터


[시사의창=원희경 기자] 하동군 악양면이 주말 나들이객을 동정호로 부른다. 오는 8~9일 ‘악양대봉감장터’를 열어 갓 수확한 대봉감을 산지 가격대에 가깝게 선보인다. 마을 주민과 귀농·귀촌인이 반년 넘게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라서 의미가 더 크다.

장터 운영 방식은 단순하다. 유통 단계를 없앤 직거래라 도심 소비자는 마트보다 저렴하게 사고, 농가는 경매시장보다 유리한 값에 판다. 서로 이익을 나누는 구조라 참여만으로도 지역 상생에 힘을 보태는 셈이 된다.

현장 할인도 챙길 만하다. 하동군 내에서 1만 원 이상 결제한 영수증을 내면 5%를, 행사장과 가까운 악양면 내 영수증이면 10%를 깎아 준다. 더 많은 방문객이 하동 구석구석을 둘러보길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을 담은 장치다.

악양은 국내 대봉감의 뿌리를 자처한다. 대봉감 재배에 알맞은 기후와 토양 덕분에 마을 생활과 농사가 감 문화로 이어졌다. 악양면 1,957가구 가운데 1,184가구가 대봉감으로 생업을 꾸리며, 서리 드는 늦가을이면 주황빛 감이 나무마다 달려 풍경 자체가 관광이 된다. “악양 대봉감으로 만든 홍시·곶감 맛을 보면 다른 지역 감으로는 쉽게 손이 안 간다”는 자부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행사 장소는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 들판(악양무딤이들판)과 동정호 일원이다. 지리산 형제봉 자락이 병풍처럼 둘렀고, 한쪽으론 섬진강이 유유히 흐른다. 사진 찍기 좋고 걸을 맛 나는 길이 이어져 늦가을 풍경과 달큰한 대봉감을 함께 즐기기에 그만이다.

먹거리는 장터만이 아니다. 하루 앞선 7일에는 하동읍에서 ‘하동별맛축제’가 문을 연다. 지역 식재료로 꾸린 5성급 콘셉트 메뉴 100가지를 내세운 미식 축제로, 지난해 첫선을 보인 뒤 올해 두 번째 무대를 준비했다. 별맛축제에서 미각을 달랜 뒤 차로 15분 남짓 달려 동정호 장터에서 감을 장만하면 여행 동선이 깔끔하게 완성된다.

올해 가을, 대봉감 한 봉지와 악양의 풍경 한 컷이 주말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다. 직거래 장터에서 산지의 신선함을 챙기고, ‘토지’의 배경을 지나 섬진강 바람을 맞으며 하동의 맛과 멋을 천천히 누려볼 만하다.

원희경 기자 chang-m1@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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