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현대를 통해 노동에서 해방된다거나 창조적 일탈이 가능해진다는 것도 적어도 현재의 한국에서는 픽션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노인은 노동에서 해방된 것이 아니라 노동에서 추방되었습니다. 그들의 삶은 대부분 비참하기에 창조적 일탈 따위는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동양의 통일체적 세계관이라고 하는 것은 봉건사회의 이데올로기로서 현대에는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로 악용되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시사의창=편집부] ‘박홍규의 사상사’ 시리즈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우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전작의 도발적인 질문에 이어 이번에는 ‘노년’이 사상과 문화, 예술, 정치, 사회 등의 영역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그려져 왔는지 검토한다. 노년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늙음’과 ‘늙은 이후의 시기’를 뜻하는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 노년을 말하는 책들조차 ‘노년’과 ‘늙음’이라는 말을 터부시하는 데서 이를 감지할 수 있다.
그리하여 대신 ‘나이 듦’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이라는 완곡하고 ‘온화한’ 어휘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다. “늙음을 수치스러운 비밀처럼 여기고, 그런 걸 입에 담는 자체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연하였다.
이 책은 각 시대의 정치·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노년은 무엇으로 정의되었는지 살핀다. 많은 사상가는 저마다 노년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았으며, 그 이유와 근거는 무엇이었는지도 고찰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소위 ‘노년 사상’이라 하는 것의 실체를 파헤쳐 노년을 해방하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나이와 무관하게 모두가 서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것”이 옳으며 “나이는 물론 성별, 인종, 성적 취향 등 그 무엇으로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이 책은 그처럼 자연스러운 노년을 지지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더욱 건강한 노인” “더욱 성공하는 노인” “더욱 유식한 노인”을 이상으로 삼는 기존의 노년 담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노인들이 자치하며 스스로 자기 삶을 경영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 책 전체에 걸쳐 동서양 노년의 표상으로서 검토하는 이들은 중국의 도연명, 조선의 정약용, 러시아의 레프 톨스토이다.
그들이 “위대한 시인이거나, 사상가, 소설가여서가 아니라” 노년에 “새로운 창조적 혁명”을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년에 이르면 사람은 변화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고 자각을 새로이 하며 삶을 새로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은 그처럼 ‘창조적인 노년을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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