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극도로 폭력적인 이 한국 드라마가 첨단 기술의 지배를 받는 고도의 자본주의 세계에서 끝없이 진화하는 욕망의 정곡을 찔렀다고 평가하고 싶다. 생존주의와 야만주의가 서로 충돌하면서도 유사성을 갖는다면 그것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완강한 자기 확신으로 인해 권력과 착취의 기술이 더욱 정교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앤서니 엘리엇 지음 ㅣ 이정민 번역 ㅣ 한국경제신문사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AI 알고리즘은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혁신 과학, 모든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는 유토피아와 같은 존재로 비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알고리즘이 개인을 향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개인의 주체성마저 침해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숨겨져 있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 사회학과 석좌교수 앤서니 엘리엇은 《알고리즘 포비아》에서 이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우버의 자동화 관리 시스템, 아마존의 노동 통제,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 등 현실의 기술 사례는 물론,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투영된 경쟁과 통제의 은유, 그리고 메타버스와 챗GPT로 대표되는 최신 인공지능 기술까지-엘리엇은 실제 현상과 문화적 상징을 함께 분석하며 알고리즘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AI 기술이 약속하는 ‘편리함’과 ‘효율성’의 그늘에 인간이 점점 더 통제와 감시의 구조 속에 편입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알고리즘은 더 나은 선택을 돕는 듯하지만, 실상은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고 조정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약화한다. 효율의 대가로 인간은 주체성을 내어주고, 감정과 욕망, 실수마저 제거된 삶 속에서 점점 ‘데이터화된 존재’로 변모한다. 이 책은 기술 찬양의 이면에서 우리가 잃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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