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10월의 끝자락,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뜻깊은 손님이 광주 고려인마을을 찾았다. CIS 지역 고려인 언론사 ‘고려사람’을 이끄는 신드미트리 대표와 기록영화감독 김발렌티나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31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단순한 취재 일정이 아닌 디아스포라 고려인 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문화적 순례였다. 두 사람은 국내 여러 고려인 집거지를 돌아보며 정착 현황을 살피고, CIS 지역 동포들에게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동시에 고려인의 삶과 정체성을 영화로 기록하기 위한 사전 탐방이기도 했다.

CIS 지역 고려인 언론사 ‘고려사람’을 이끄는 신드미트리 대표와 기록영화감독 김발렌티나 감독이 광주고려인마을을 방문했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신드미트리 대표와 김 감독은 먼저 ‘고려인 역사와 문화의 심장’이라 불리는 고려인문화관(관장 김병학)을 찾았다. 이곳에는 독립운동사와 강제이주사, 한글문학과 생활사 등 1만 2천여 점의 유물이 보존되어 있다.

김병학 관장은 “고려인문화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디아스포라 고려인의 기억과 정신을 이어가는 역사적 증언의 장소”라며 “이번 방문이 세계 각지 고려인 사회와 문화교류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두 사람은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을 만나 그의 예술 세계를 직접 들었다. 문 화백은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출신으로, 고려극장의 무대미술가로 활동하며 고려인의 기억과 감정을 화폭에 담아온 전설적인 인물이다.

신드미트리 대표와 김 감독은 문 화백의 독창적인 색채와 시대를 초월한 표현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현재 진행 중인 문빅토르 특별전을 관람하며 예술로 이어진 고려인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이들은 이어 고려인마을의 주요 공간도 둘러보았다. 고려인마을특화거리, 홍범도공원, 중앙아시아테마거리, 그리고 국내외 유일의 고려인을 위한 지상파 라디오 GBS고려방송(FM93.5MHz) 등 마을 곳곳을 걸으며 공동체의 성장과 변화를 체감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와 마을 지도자들을 만나 광주 고려인마을 형성과정과 향후 비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2000년대 초, 몇몇 고려인 가족의 정착에서 출발한 마을은 이제 ‘역사마을 1번지’로 자리 잡아, 문화·예술·관광이 어우러진 세계적인 디아스포라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

김발렌티나 감독은 “광주 고려인마을의 이야기는 단순한 이주의 기록이 아니라, 민족의 생명력과 희망의 서사”라며 “이 감동의 이야기를 영화로 남겨 전 세계 고려인들이 다시금 자신의 뿌리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드미트리 대표 또한 “고려인은 언어와 국경을 넘어 서로를 기억하는 민족”이라며 “광주 고려인마을은 전 세계 고려인의 정신적 고향이자 연대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이번 만남을 통해 또 하나의 뜻깊은 기록을 남겼다. 머나먼 모스크바에서 건너온 두 사람의 여정은 흩어진 기억을 모으고, 잊혀진 역사를 잇는 귀향의 발걸음이 되고 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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