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유라 자원봉사자

19년전, 가족이 함께한 봉사활동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생활 속 복지의 실천이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지역 어르신을 찾아가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며 웃음을 나누면 순간에는 ‘함께 돌보는 사회의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당시 나 또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봉사하며 가족의 의미를 배웠고, 그 경험은 오늘날 가족복지를 바라보는 내 시선의 출발점이 되었다.

2006년 월드컵 당시, 시흥 연합병원 환우들의 볼에 태극기를 그려주며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날의 감동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의 봉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가족이 공동체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던 장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개인화가 심화되면서, 복지는 점차 개인 중심으로 이동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봉사문화는 잊혀지고, ‘함께의 가치’가 약해졌다.

최근의 가족복지정책은 다시금 그 본질을 되찾고 있다.

가족 구성원이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참여하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 복지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가족봉사단 제도는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이제 가족봉사는 부모가 이끄는 활동이 아니라, 세대가 협력하는 참여형 복지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부모홍보와 기획을 맡는 등 각각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난주 용인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열린 ‘모든가족 가을축제’는 그 변화를 실감하게 한 현장이었다. 내가 처음 가족봉사단으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보 접근이 빨라지고 참여기회가 넓어져 훨씬 많은 가족이 함께하고 있었다. 특히 현장에는 가족봉사단이 직접 준비한 부스가 운영되어, 가족들의 공동 작품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 안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회문제에 접근하고, 나눔을 표현하는 과정이 자체적이고 다각화된 복지 참여의 모델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이 함께 봉사한다는 것은 단순한 시간의 공유를 넘어, 관계화 기억을 쌓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가족복지정책의 진정한 의미다. 복지는 제도와 예산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17년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의 가족봉사단이 다시 한 번 지억과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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