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성민 기자] 유럽연합(EU)이 뱀장어속(Anguilla) 전 종의 CITES(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국제거래 협약) 부속서 등재를 공식 제안함에 따라, 오는 11월 24일부터 12월 5일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제20차 당사국총회 표결 결과에 국내 실뱀장어 국제거래의 향배가 달리게 됐다.
표결에서 부속서Ⅱ(허가 필요) 등재가 채택될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뱀장어 양식산업 전반에 엄격한 거래 제한이 적용돼 생산·유통 생태계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고창군)은 “CITES 부속서Ⅱ 등재 시 다수 양식어가의 생계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에 등재 저지 노력과 등재 시 피해 최소화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의 조속 가동을 촉구했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실뱀장어 자원관리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세 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9월에는 회원국 대상 외교 서한 발송 등 우호국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산업 규모는 작지 않다. 2024년 기준 양식어업 전체 생산량 3만2천 톤대 중 뱀장어가 1만5,978톤으로 절반(48.4%)을 차지했고, 생산금액 6,163억 원 중 5,081억 원(82.4%)이 뱀장어에 집중됐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뱀장어 생산량의 23.9%(3,818톤)를 담당해, 등재 시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부속서Ⅱ 등재가 현실화될 경우 실뱀장어 수입·이동에 대한 허가 요건 강화, 행정 절차 지연, 조달 비용 상승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종묘 확보 차질→입식 지연→출하 일정 불안으로 이어지는 연쇄 리스크를 경고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사전 대비는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의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면 예상 피해 규모 산출과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를 즉시 제시해야 한다”며 “등재 저지 외교전과 병행해 국내 양식생태계의 연착륙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묘 대체원 개발 지원, 합법 유통 추적(트래이서빌리티) 강화, 허가·증빙 표준화 매뉴얼 마련, 보험·금융 안전망 확충, 지역별 공동수급 체계 등 현장 체감형 대책의 패키지화를 주문했다.
업계와 지자체도 CITES 표결 전후로 시나리오별 대응체계를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등재 저지 국면에서는 과학기반 자원평가와 합법 유통망 관리 성과를 회원국에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하고, 등재 확정 시에는 허가 절차를 신속·투명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서류 요건·검역·운송 규정을 사전에 표준화해 행정 병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허가 체계 적응과 비용 완화가 관건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종묘 확보 다변화, 유전자원 연구, 사료·질병관리 고도화로 생산성 손실을 상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총회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는 외교·통상 라인을 총동원해 등재 저지 가능성을 끝까지 타진하되, 최악의 경우에도 양식어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법·제도·재정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국제규범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행정 역량이 국내 뱀장어 양식산업의 연속성과 지역 어촌경제의 안전판을 좌우할 전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등재 저지’와 ‘피해 최소화’를 동시에 굴리는 투트랙 전략의 속도전이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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