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기자]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알림이 쏟아진다. 카카오톡, 문자, SNS, 단체채팅방…. 사람들은 이제 대화보다 알림에 먼저 반응한다.
유권자 카톡방 초대 러시, 연결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피로한 정치
SNS가 만든 선거 소통의 착시… 공감은 사라지고 피로만 쌓인다
메시지를 읽는 행위가 곧 사회적 예의가 되었고, 답장이 늦으면 관계가 흔들린다. 편리함이 인간관계의 짐으로 바뀐 시대, 우리는 ‘연결’이라는 이름 아래 쉼 없는 피로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소통의 과잉’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각종 후보자들의 카카오톡방 초대, 인스타그램 팔로우 요청, 단체 메시지가 폭주하며, 시민의 스마트폰은 또 하나의 선거 현장이 된다.
유권자는 하루에도 여러 번 “○○후보 공식 카톡방에 초대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고, 대다수는 조용히 ‘나가기’를 누른다. 소통의 시작이 오히려 피로의 신호로 전환되는 것이다.
정치의 디지털 전환은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과거 거리 유세나 전단지에 의존하던 시절과 달리, 오늘날의 후보자들은 메신저와 SNS를 통해 직접 시민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크다. 대부분의 온라인 정치 대화방은 일방적인 홍보물 게시나 상대 비방으로 채워지고, 실질적인 토론과 공감의 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메시지의 홍수 속에서 정치적 피로감이 쌓인다. ‘읽지 않으면 무례하고, 나가면 불편하다’는 사회적 압박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하고,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을 부추긴다.
SNS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수차례 올라오는 후보자의 사진과 홍보 문구는 더 이상 ‘소통’이 아니라 ‘노출 경쟁’으로 보인다.
이 시대의 진짜 문제는 ‘속도’가 ‘성찰’을 밀어냈다는 점이다. 메시지는 빨라졌지만 마음은 비워질 틈이 없고, 관계는 넓어졌지만 대화는 얕아졌다. 소통의 도구였던 스마트폰은 어느새 감정의 소비창구로 바뀌었다.
정치 역시 예외가 아니다. 후보들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느냐’에 집착하지만, 유권자는 ‘얼마나 진심이 느껴지느냐’를 원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필요한 것은 ‘메시지의 양’이 아니라 ‘공감의 깊이’다. 시민의 하루를 잠식하는 카톡 초대보다, 한 번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더 큰 신뢰를 만든다. 지금 정치가 되찾아야 할 것은 빠른 연결이 아니라 ‘지연의 예의’, ‘침묵의 존중’이다.
소통의 목적은 반응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나누는 것이다. 카톡방의 알림음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로 이어지는 대화가 정치의 품격을 되살릴 때, 우리는 비로소 피로한 연결의 시대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