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주제, 분야와 상관없이 평소 불합리하다 느꼈던 것, 궁금했던 것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들도 참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시사의창’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본지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과 알아두면 좋은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와 문의를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취재는 지난 흡연 금지구역에서의 길거리 흡연과 담배꽁초 투기 및 개방형 제연 흡연시설의 실태 및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문제점은 확실하지만 명확한 해결책이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 각 자치단체들도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또한 담배꽁초 투기로 인해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는 배수구 투기와 관련해서도 함께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사의창 2025년 10월호=정용일 기자] 하수구 담배꽁초 투기 막으려던 주민들 “분통터져”
빗물 고이고, 고인 물은 모기와 날벌레의 번식지로
지난 7~8월 극한호우에 전국의 수많은 도시가 큰 피해를 입었다. 시계를 2년 더 뒤로 돌리면 서울도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인명피해 및 막대한 재산피해가 났다. 그 과정에서 서울의 중심 강남의 피해가 유독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피해를 키운 주요 요인으로 하수구 안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배수구에 마구 버린 담배꽁초가 쌓여 배수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례는 서울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에 주민들은 담배꽁초 투기를 막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배수구 위를 막아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하수구의 순 기능을 막음으로써 크나큰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민들이 고의적으로 막아 놓은 배수구는 서울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꽁초 투기 막으려 배수로 막는 주민들, “오히려 더 위험”
서울 빗물받이 1만 6천 곳…그중 꽁초가 절반 이상 막아
비흡연자들의 숨 쉴 권리, 쓰레기로 입증되는 권리 침해
‘담배는 팔지만 피울 곳은 없다’ 음지로 내몰리는 흡연자
정책 공백의 틈에서 깊어지는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
갈등은 쌓이고, 정책은 외면하고 “해법이 보이질 않는다”
흡연·비흡연자, 자율·행정, 환경·편의 사이서 반복되는 갈등
꽁초 수거비용, 제조사가 부담하는 ‘책임 분담’ 정책 필요
프랑스 담배 제조사들 연 2,900억 원 규모의 비용 지불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배분, 청소 인력과 장비 확충에 사용돼
한국의 경우, 실질적인 청소비용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
진짜 해법은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제도 설계
비 오는 날이면 물이 찬다. 그리고 악취가 올라온다. 서울 동작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60대 주민 박종필(가명) 씨는 빗자루를 손에 쥔 채 골목 하수구 앞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담배꽁초가 하수구를 막는다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하수구 위에 덮개를 씌우고, 그물망을 설치한 것이 불과 두 달 전이다. 매일같이 담배꽁초가 하수구로 쏟아지듯 버려지자, 골목 주민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작은 철망, 플라스틱 덮개, 때론 테이프까지 이용해 하수구를 차단했다. 처음엔 효과가 있었다. 담배꽁초가 하수구로 빨려 들지 않았고, 빗물받이 위엔 “꽁초 버리지 마세요”라는 손글씨 안내문도 붙였다.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배수로를 막아 놓은 모습.
그러나 곧 문제는 드러났다. 하수구를 덮은 덕에 담배꽁초는 줄었을지 몰라도, 빗물의 길도 함께 막혔다. 지난 7월 내린 집중호우에는 그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났다.
주민 A씨는 집 앞 하수구 덮개를 철거하는 작업을 하다 기자에게 말했다. “이 동네는 공공이 안 해주니까 우리가 한 거예요. 하루에도 담배꽁초가 몇 십 개씩 하수구에 박혀서, 악취에 벌레까지 끓었어요. 그걸 안 막고 어떻게 참아요?” 그 말에는 분명 절박함이 묻어 있었지만, 또 다른 주민들은 그 조치가 오히려 불편을 키웠다고 말한다.
인근 가게를 운영하는 장성철(47) 씨는 “비만 오면 하수구 안에 가득 쌓인 담배꽁초가 물에 젖어 악취가 더욱 심하게 났지만 하수구를 막아 놓은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문제지, 왜 하수도까지 주민들이 막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배수로를 막아 놓은 모습.
주민 자율이 불러온 이른바 ‘생활형 풍선효과’는 꽤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하수구를 막자 빗물이 고이고, 고인 물은 모기와 날벌레의 번식지가 됐다. 여름철이면 창문 열기도 무섭다며, 주민들은 방충망을 다시 이중으로 설치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요즘 골목에서 냄새가 더 심해졌다”고 호소했다.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자 음식물 쓰레기 잔재나 먼지가 썩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하수구는 단순한 쓰레기 통로가 아니라 도시의 혈관 역할을 한다”며 “주민들이 좋은 뜻에서 했을지라도, 제 기능을 막으면 도시 기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자치구는 비공식적으로 하수구 덮개 자율설치를 ‘금지 권고’하고, 순찰 중 발견 시 철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조치가 무색할 정도로, 주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공무원이 단속을 나오는 것도 아니고, 흡연부스 하나 없는 이 좁은 골목에 담배 연기까지 맡으면서 살라는 말인가요?” 한 주민은 기자에게 반문했다. “우리가 하수구를 막은 게 잘못이라면, 그전에 공공이 제 역할을 했어야죠.”
서울 도심의 또 다른 주택가. 기자가 보도블록 틈에 자리 잡은 빗물받이 뚜껑을 들어 올리자, 그 안은 담배꽁초와 비닐 쓰레기, 이물질들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 애써 설치해 놓은 금속 거름망은 이미 꽁초로 막혀 물 한 방울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관리업체 직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비 오면요, 여기서 냄새가 얼마나 나는지 몰라요. 꽁초도 꽁초지만 음식물 봉지, 일회용 컵까지 다 여기로 들어가거든요.”
서울시 곳곳의 빗물받이가 ‘길거리 쓰레기통’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번화가 주변, 야외 흡연자가 밀집한 지역의 빗물받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니 심각하다 못해 처참한 수준이었다. 거리 청소를 전담하는 이들은 말한다. 술집 앞, 버스 정류장 근처, 흡연 공간 주변의 빗물받이는 단 하루만 지나도 담배꽁초가 수십 개씩 쌓인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빗물받이 전담 관리사를 100명까지 증원하고, ‘빗물받이는 쓰레기통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띠를 곳곳에 설치했다. 청소차를 동원해 강한 흡입력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등 긴급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무심한 행동과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한 관리사는 말한다. “아무리 치워도, 다음 날이면 다시 제자리예요. 사람들이 꽁초를 아무 데나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특히 빗물받이는 물에 떠내려가니까 ‘버리기 쉬운 곳’이 돼버렸어요.”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빗물받이 봉쇄’에 나선 것이다. 악취를 막고 꽁초 투기를 방지하겠다며 하수구 입구에 비닐이나 덮개, 심지어 시멘트 조각까지 얹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자율과 행정, 환경과 편의 사이에서 오늘도 갈등은 반복된다. 골목 담배꽁초 투기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선택한 임시조치는, 결국 일상의 더 큰 불편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그 뒷감당은 행정이 아니라, 결국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한 주민의 말이 귓가에 남는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하수구에 담배꽁초 하나 들어가는 게 더 나았던 것 같아요. 비만 오면 무섭거든요.” 막힌 건 하수구만이 아니었다. 신뢰와 소통의 통로 역시 함께 막혀 있었던 것이다.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배수로를 막아 놓은 모습
‘생산자책임제’ 담배 업계에 적용해야
무자비하게 버려지는 담배꽁초들을 수거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유럽 국가들은 앞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도입하며 담배 제조사에게 거리 청소비용을 물리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부터 법 개정을 통해 담배꽁초로 인한 청소비용을 업계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담배 제조사들은 해마다 약 2억 유로(한화 약 2,900억 원) 규모의 비용을 지불한다. 이 예산은 지방자치단체에 배분돼 청소 인력과 장비 확충에 사용된다.
스페인 역시 2023년부터 담배 제조사에 길거리와 해변에 버려진 꽁초 수거 비용을 전가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해양 오염 방지를 강조하며, 해변 주변 흡연을 전면 금지하고 필터가 달린 담배 판매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독일은 담배꽁초뿐 아니라 일회용 제품 전반에 대해 제조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베를린시는 거리 청소비용의 절반가량이 담배꽁초 수거에 사용된다는 점을 들어, 제조사가 일정 비율의 청소비를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연합(EU) 차원의 지침에도 기반을 두고 있다. EU는 2019년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을 통해 담배 필터를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 생산자의 비용 책임을 명문화했다. 해당 지침은 회원국에 단계적인 입법화를 권고하고 있으며, 각국은 이를 바탕으로 자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담배로 인한 거리 청소비용은 납세자가 아니라 제조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며, 필터 금지와 함께 생산자 책임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WHO는 “담배 필터는 건강상 이점이 없으며, 오히려 환경오염만 유발한다”고 명확히 못 박았다.
반면 한국은 아직 제조사에 책임을 묻는 정책이 없다. 현재 전국 곳곳의 길거리 청소는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으며, 실질적인 비용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산자책임제를 담배 업계에 적용할 필요성은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법률과 업계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담배꽁초 수거비용을 흡연자 또는 제조사가 부담하는 ‘책임 분담’ 정책이 없다면, 현재의 청소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미 도시 곳곳의 빗물받이가 담배꽁초로 막혀 침수 피해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계도 중심 정책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길 위의 작은 쓰레기 담배꽁초. 그 뒤에 숨은 청소비용과 환경 피해를 누가 감당할지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담뱃갑 모양 수거함, 스마트 빗물받이 등 다양한 시도
상황의 심각성이 점차 부각되면서 각 자치구들의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반적인 형태의 담배꽁초 수거함은 물론 관악구의 담뱃갑을 형상화한 담배꽁초 수거함부터 양평군의 ‘투표형 담배꽁초 수거함’까지 그 아이디어도 각양각색이다. 최근에는 중구형 ‘스마트 빗물받이’도 등장했다.
바닥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줄이기 위한 각 자치구들의 아이디아와 노력을 좀 더 세세히 들여다보았다.
서울 관악구(구청장 박준희)가 생활환경 개선과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독특한 디자인의 담배꽁초 수거함을 새롭게 설치했다. 관악구는 신림역 인근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담배꽁초 수거함 3대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설치된 수거함은 일반적인 구조가 아닌 담뱃갑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제작돼 흡연자들의 시선을 끌고, 무단투기를 방지하는 효과를 노렸다.
꽁초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연석 위에 부착되어 있다.
구 관계자는 “시각적 흥미를 유도해 흡연자들이 자연스럽게 수거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거함을 통해 도시 미관이 향상되고, 무단투기된 꽁초가 하수구를 막아 장마철에 발생할 수 있는 빗물 역류 등의 문제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설치로 관악구 내 담배꽁초 수거함은 총 41대로 늘었다.
관악구는 담배꽁초 무단투기 근절을 위해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담배꽁초 없는 관악’을 목표로 이동형 폐쇄회로(CC) TV를 활용한 단속과 함께, 거리 캠페인 등 홍보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용산구도 담배꽁초 수거함 11대를 추가 설치했다. 서울 용산구(구청장 박희영)가 무단 투기된 담배꽁초로 인한 빗물받이 막힘을 예방하기 위해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을 설치했다. 구는 지난 7월 3일 남영동 먹자골목,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총 11대의 전용 수거함을 설치했다.
이번에 설치된 수거함은 KT&G의 협조를 받아 제작된 것으로, 투입구 크기를 작게 만들어 담배꽁초 외에는 들어가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는 거리에서 무심코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줄이고, 특히 하수구로 유입돼 장마철 역류를 유발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용산구는 이번 설치 외에도 용문시장, 이태원 일대 등 20곳에 추가 설치를 검토 중이며, 향후 주민 의견을 반영해 설치 장소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구는 이와 함께 5~6월 ‘클린데이’ 행사를 통해 빗물받이에 쌓인 흙과 담배꽁초 등을 집중적으로 제거했으며, 이달부터는 빗물받이 특별순찰반 12명을 상시 배치해 지역 내 2,014개의 빗물받이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가로 쓰레기통에 부착된 도봉형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2025년 4월 10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작은 담배꽁초 하나가 장마철에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며 “깨끗한 거리 환경을 위해 구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봉구의 경우 화재 예방을 위한 ‘도봉형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했다.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담뱃불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고 거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도봉형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을 설치했다고 7월 10일 밝혔다. 이번에 도입된 수거함은 지름 6.2cm, 길이 28.5cm의 원통형 구조로, 부식에 강한 강철 소재를 사용해 제작됐다. 기존의 가로쓰레기통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설치돼 추가 공간이 필요 없고 비용도 절감된다.
도봉형 수거함은 호주 멜버른의 사례를 참고해 제작됐으며,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에서는 처음 시도된 방식이다. 기존 단독형 수거함은 개당 약 20만 원에 달하는 데 반해, 도봉형 수거함은 개당 약 4만 원으로 제작비가 저렴하고, 주민 반대 등 설치 장소 문제도 상대적으로 적다.
도봉구는 구청 인근과 도봉로 일대 인도 등 43곳에 시범적으로 설치를 마쳤으며, 설치 이후 담배꽁초가 줄고 화재 위험이 감소하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구는 주민 의견과 효과를 반영해 향후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약 300여 개의 가로쓰레기통에 수거함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담뱃갑을 형상화한 담배꽁초 수거함(관악구 제공) 2024년 2월 16일
양평군의 경우, 재미와 참여가 결합된 ‘투표형 담배꽁초 수거함’을 시범 설치했다. 양평군(군수 전진선)은 군민의 자발적인 환경정화 참여를 유도하고 무단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기 대신 투표로!’라는 표어 아래, 색다른 방식의 ‘투표형 담배꽁초 수거함’을 시범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깨끗한 거리환경 조성을 위한 주민참여형 캠페인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지난달 24일 양평물맑은시장 내 두 곳에 수거함이 설치됐다.
수거함은 양평군 캐릭터 ‘양춘이’가 던지는 질문에 담배꽁초로 투표하듯 응답하는 형태다. “양평군의 대표적인 관광지는?”이라는 질문 아래, ‘용문산관광지’ 또는 ‘두물머리와 세미원’ 중 하나를 선택해 꽁초를 버릴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러한 설계는 참여의 재미를 부여해 무심코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줄이고, 수거함의 이용률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양평군 담배꽁초 수거함 설치 모습 2025년 6월 24일 설치
양평군은 이번 시범 사업의 효과를 분석한 뒤, 관광지·상업 밀집 지역·버스정류장 등 담배꽁초 무단투기가 빈번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거함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민선 8기 취임 3주년을 맞아 환경정화 활동에 직접 참여하며 “이번 수거함은 군민이 환경 보호에 즐겁게 동참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로, 거리정화와 더불어 군민의 환경 의식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깨끗하고 매력적인 양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의 경우 형 스마트 빗물받이가 눈에 띈다. ‘스마트 빗물받이’ 20곳 시범 설치하면서 악취 차단 및 침수 예방이 기대된다고 구는 밝혔다.
이처럼 빗물받이 악취 문제 해결과 집중호우 대응 강화를 위해 자동 개폐 기능을 갖춘 ‘중구형 스마트 빗물받이’를 시범 도입은 타 자치구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중구는 지난 7월 15일 제일평화시장과 광희패션몰, 광희초등학교 일대 등 20곳에 해당 장비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중구형 스마트 빗물받이 2025년 7월 15일
이번에 설치된 스마트 빗물받이는 평상시 덮개가 닫힌 상태로 유지돼 하수관로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차단하고, 쓰레기 투기로 인한 막힘을 방지한다. 비가 내릴 경우 태양광 전력을 이용해 자동으로 덮개가 열려 빗물을 하수관로로 흘려보내며, 비가 그친 뒤에는 주민이 직접 덮개를 닫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제품 규격이 자유로워 간선도로뿐 아니라 경계석이 없는 이면도로 등에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중구는 시범 운영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달 초 간담회를 열고 관리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재 중구에는 약 1만 5600개의 빗물받이가 설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많은 수가 악취나 침수 문제로 민원을 야기해 왔다. 특히, 주민들이 임의로 덮개를 씌우는 바람에 집중호우 예보 시 공무원들이 일일이 현장을 점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담배꽁초 등 쓰레기 투기로 하수관로가 막히는 사례도 빈번했다.
중구는 스마트 빗물받이 도입을 통해 악취 민원을 줄이는 동시에 침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관리 인력과 예산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이번 시범 설치를 통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시환경 개선 효과가 클 것”이라며 “앞으로도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일지라도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 작은 담배꽁초 하나하나가 쌓이다 보면 우리들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 피해는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 담배꽁초 무단 투기, 그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는 빗물받이, 개방형 흡연부스의 문제점 등 이 총체적인 문제에 대한 환경부의 입장은 어떠할까.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흡연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과 환경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짧은 답변과 함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편의 대 건강’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흡연자도 시민이고, 비흡연자도 시민이다. 공공장소에서의 권리 충돌은 명확한 룰과 공간 분리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금연 확대보다도, 흡연자를 위한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공간 제공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기자는 며칠간 서울 도심 곳곳을 다니며 흡연자와 비흡연자, 환경미화원, 정책 담당자들을 만났다. 그들 모두의 공통점은 "이 상태로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인식이었다.
흡연자가 몰리는 공간은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비흡연자는 거리 곳곳에서 담배 냄새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습관의 문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선 갈등은 풀리지 않는다.
강제 금연도, 방임도 해법이 아니다. 진짜 해법은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제도 설계에 있다. 흡연자가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흡연 공간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비흡연자가 담배연기를 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흡연구역 확충, 공공 재떨이 설치, 무분별한 단속보다 교육 중심의 계도 등 작은 실천에서부터 가능하다.
도심 한복판에서 버려진 담배꽁초는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공공 갈등의 상징이자, 권리라는 이름으로 쓰레기처럼 버려진 타인의 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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