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 2025년 10월호=정용일 기자]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에 자리한 다랭이마을은 한국 농촌의 집념과 지혜가 빚어낸 특별한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해발 200미터 남짓한 가파른 해안 절벽을 따라 층층이 쌓아 올린 다랭이 논은 주민들의 손으로 일구어진 삶의 터전이자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곳은 척박한 산비탈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조금씩 깎아내고 돌을 쌓아 논두렁을 만든 끝에 탄생했다. 지금도 100층이 넘는 계단식 논이 바다와 맞닿아 있으며, 바다의 푸른빛과 논의 초록빛이 조화를 이루어 계절마다 다른 장관을 선사한다. 다랭이마을은 단순한 경관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농업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주민들이 척박한 자연환경에 맞서 생존을 위해 고안해 낸 독창적인 농업 방식이자 공동체적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논마다 흐르는 물길, 작은 돌담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까지 농부들의 세심한 손길이 깃들어 있다. 우리가 남해를 가야 하는 작지만 큰 이유이기도 하다.
[촬영 : 2025년 9월 6일(토) 오후 5시 30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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