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팀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둘러싼 의혹이 다시 정국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토지 인근으로 종점이 바뀌었다는 논란은 이미 수차례 정치권의 공방 속에 오르내렸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차원의 개입 가능성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책 판단의 외피를 쓴 정치적 지시’가 존재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면서 사건의 향방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사건의 시점은 202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꾸려진 인수위원회는 차기 정부 국정과제의 밑그림을 그리던 시기였다. 이 무렵 국토교통부 파견 공무원이 실무진에게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을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으로 바꾸는 대안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팀은 이 지시가 단순한 의견 수준이 아니라 인수위 내 논의와 연관돼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했던 용역업체 관계자는 특검 조사에서 “국토부 김모 서기관이 인수위를 언급하며 강상면 종점안을 검토해보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을 단서로 김 서기관이 어떤 경로로 인수위와 접촉했는지, 그리고 인수위 내 어느 인사가 이 사안을 거론했는지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실제로 김 서기관과 연락을 주고받았던 인수위 인물이 특정됐으며, 조만간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초점은 ‘정책적 판단’과 ‘외압성 지시’의 경계를 가르는 대목에 맞춰져 있다. 특검은 인수위가 김 서기관을 통해 용역업체에 직접적인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는 행정절차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수위의 한 판단이 이후 국토부의 검토 과정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특정 지역에 이해관계가 미칠 수 있었다면 단순한 행정적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논란은 2023년 5월, 국토부가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새로운 노선을 검토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강상면 일대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가 위치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됐다. 원안인 양서면 종점 노선은 이미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사업 추진에 무리가 없었지만,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 시도는 “정권 핵심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았다.

당시 국토부는 “교통 효율성과 지역 발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검토”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국회 국정감사와 언론의 연이은 보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2023년 7월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백지화 이후에도 진상 규명 요구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특검이 출범하게 된 것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7월 국토부 본부와 한국도로공사, 김 서기관의 자택을 동시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인 자료 확보에 나섰다. 당시 압수수색 영장에는 원희룡 전 장관도 피의자로 명시됐지만, 현재까지 직접적인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인수위와 국토부 사이의 교신 기록, 회의 메모, 내부 보고라인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윗선 개입의 흔적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편 김 서기관은 이번 의혹과 별도로 국도 공사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공법이 선정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3,6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지난 10월 2일 구속기소됐다. 특검은 뇌물 사건과 노선 변경 의혹 간의 연관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공직자로서의 행위 패턴이 두 사건 모두에서 유사하게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사건의 파장은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여당은 “이미 백지화된 사업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수사”라며 방어에 나섰지만, 야당은 “인수위 단계의 개입이 드러난다면 명백한 국정농단”이라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여야의 공방 속에서 특검은 언론 노출을 최대한 자제한 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특검 수사는 아직 중반부에 있다. 그러나 인수위가 실무라인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면, 수사의 종착지는 단순한 행정 판단을 넘어 정치적 책임론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부인의 가족이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지역의 사업 방향이 인수위 단계에서 변경됐다는 의혹은, 그 자체로 현 정부의 청렴성과 통치 윤리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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