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기자] 원료의약품 공급 불안정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제약산업이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남원장수임실순창, 보건복지위원회)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남원장수임실순창, 보건복지위원회)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10년간 총 108개의 의약품이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로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상황이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8월 기준 6개 의약품이 공급중단 상태였다.

박 의원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공급 중단 사유는 대부분 해외 원료의약품의 생산 중단, 수출 제한, 원료 가격 급등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내 생산시설이 부족해 해외 의존도가 높을수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입 집중도다. 원료의약품 수입액 상위 10개국을 분석한 결과, 2016년 중국 26.8%, 인도 8.8%로 두 나라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35.6%였으나, 지난해에는 중국 36.3%, 인도 14.2%로 합계 50.5%까지 상승했다. 이는 원료의약품 수입액 절반 이상이 중국과 인도에 집중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미·중 무역분쟁, 수출규제, 환율 변동 등 외부 변수에 따라 국내 의약품 공급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제약산업 관계자는 “원료의약품의 50% 이상을 특정 국가에서 수입하는 것은 공급 리스크를 자초하는 구조”라며 “국내 원료 생산 역량을 키우지 않는 한 안정적 의약품 공급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올해 4월 의약품 및 원료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했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이 자국 내 생산기반 강화 및 의약품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희승 의원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우리는 대부분의 원료를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는 구조 탓에 정세 변화에 취약하다”며 “의약품도 안보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화와 R&D 투자를 적극 지원해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