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예산 집행 부진과 의료기관 참여 저조로 부실 평가를 받고 있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 ‘아프면 쉴 권리’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2022년과 2023년 재정사업 자율평가에서 모두 ‘미흡’ 판정을 받았다.
예산은 2023년 204억 3,300만 원에서 2024년 146억 500만 원으로 28.5% 줄었고, 올해는 36억 1,400만 원으로 다시 75.3% 감액됐다. 복지부는 일부 지역 사업 종료를 이유로 들었으나, 실제로는 집행률 저조가 핵심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집행률은 2022년 35%, 2023년 32.4%, 2024년 60.7%에 불과했으며, 올해도 8월 기준 69.3%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 지역이 제한적이고 정책 인지도 제고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으나, 전문가들은 “시민 체감도 부족과 의료현장 행정 부담이 겹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의료기관 참여율 역시 낮은 수준이다. 2단계 시범사업 지역의 참여율은 11.2%, 3단계 지역은 10.9%로 나타났다. 2022년 1단계 당시 17.5%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정부가 환자 1인당 연구지원금을 인상해 참여를 유도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한 보건의료 관계자는 “서류 절차가 복잡하고, 참여 의료기관에 실질적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며 “결국 참여 확대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상병수당 수급자 연령별 현황을 보면 총 1만 3,137명 중 50대가 40.2%(5,286명)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3.7%(3,118명)로 뒤를 이었다. 중장년층이 상병수당 제도의 핵심 수혜층으로, 노동시장 내 불안정한 일자리 구조와 연계된 사회안전망 강화 필요성이 드러난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제도적 후진성이 두드러진다. OECD 38개국 중 34개국이 국가 단위 상병수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운영국 4개국(스위스·이스라엘·미국·한국) 중에서도 스위스와 이스라엘은 법정 유급병가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만이 사실상 제도 공백 상태인 셈이다.
박희승 의원은 “경제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상병수당이 정착되지 못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2027년 본사업 시행 전까지 철저한 점검과 제도 설계를 통해 ‘아프면 쉴 권리’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