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성민 기자] 농업 경쟁력에 투입돼야 할 정책자금이 심사 부실과 사후관리 허점으로 새고 있다.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집계된 농업정책자금 부적격 대출 규모가 건수 5,067건, 금액 2,065억 원에 달했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농민에게 돌아갈 돈이 엉뚱한 구멍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자료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고창군)이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서 제출받은 내용이다. 윤 의원은 반복되는 부적격 대출을 “구조적 관리 실패”로 규정하며 관리·감독시스템을 전면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여 동안의 연도별 흐름을 보면, 2020년 241억 원(1,082건)에서 2021년 295억 원(825건)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465억 원(1,066건)으로 급증했다. 2023년 398억 원(982건), 2024년 396억 원(801건)으로 높은 수준이 유지됐고, 2025년 상반기(1~6월)에도 271억 원(311건)이 추가됐다. 단순 평균으로 매년 약 360억 원, 951건의 부적격 집행이 반복된 셈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고 영농의 안전판이 돼야 할 정책자금이 심사와 관리의 빈틈을 타고 줄줄 새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귀책 주체별로 쪼개 보면, 대출기관 책임이 적지 않다. 규정 위반 대출만 727억 원(2,087건)으로 대출기관 귀책 총액 758억 원(2,314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후관리 불철저는 30억 원(150건), 부적정 대손보전은 2억 원(77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농업인 자격 검증, 사업계획 적정성 평가, 담보 능력 확인 등 기본 절차를 금융기관이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빨리 내주고 보자”는 관행과 느슨한 절차 관리가 제도 취지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자 귀책도 만만치 않다. 같은 기간 사업자 책임 부적격 대출은 1,307억 원(2,753건)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비중은 ‘목적 외 사용’ 1,078억 원(1,677건)이고, ‘중도회수 사유 발생’이 228억 원(1,076건)이다. 정책자금을 영농 기반 확충과 생산성 제고에 쓰지 않고 다른 용도로 돌리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금융기관의 심사 부실과 사업자의 일탈이 맞물려 정책자금의 건전성이 이중으로 흔들리고 있다.
윤준병 의원은 “수천억 원이 허투루 샌 결과, 정작 지원이 절실한 다수의 선량한 농민이 피해를 본 것과 다름없다”며 “사업자 일탈 못지않게, 해마다 반복되는 대출기관의 규정 위반과 사후관리 실패는 관리·감독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대출기관 관리·감독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심사 기준과 절차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심사 부실기관에 대한 강력한 징계와 책임 추궁으로 정책자금이 필요한 농업인에게 제때 도달하도록 즉각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대출 전 단계에서 농업인 자격과 사업 타당성 검증을 표준화·스코어링하고, 국세청·지자체·농지정보와 전산 연계를 통해 허위·과장 자료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둘째, 집행 이후에는 구매·공사 이행 데이터와 전자세금계산서를 자동 대사해 목적 외 사용을 실시간 포착하고, 위반 시 즉시 환수·가산제재를 적용하는 원스트라이크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셋째, 지점 단위 KPI를 ‘취급액’에서 ‘건전성·사후관리’ 중심으로 바꾸고, 반복 위반 지점과 담당자에 대한 패널티를 명문화해야 한다. 넷째, 농가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정책자금 사용설계→집행→증빙’ 전 과정을 동행 지원함으로써 제도 미숙으로 인한 실수를 줄여야 한다. 정책자금은 생색내기 대출이 아니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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