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성민 기자] 극단 뜬,구름이 신작 연극 ‘도시늘보 표류기’를 오는 22일(수)부터 26일(일)까지 서울 성북구 극장 봄에서 올린다.

평일 20시, 토요일 15시30분·19시30분, 일요일 16시로 편성해 닷새간 무대를 연다. 이번 작품은 ‘도시 숲의 생태학 프로젝트’ 두 번째 작업으로, 일상의 속도에 짓눌린 개인을 ‘도시늘보’라는 은유로 호출해 도심에서 표류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극화한다.

무대는 이야기보다 감각을 앞세운다. 극단이 창단 이후 축적해온 오브제를 다시 꺼내 과잉 생산의 부산물이 뒤엉킨 공간을 만든다. 건축가 렘 콜하스가 말한 ‘정크스페이스’—근대화의 후유증처럼 응고한 잉여 공간—를 무대적 언어로 번역해 관객이 체감하도록 설계했다. 장면은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부서진 파편처럼 배치돼, 길을 잃은 인물들의 호흡과 빈틈을 드러낸다.

배우들은 자신의 경험을 메타적으로 호출해 ‘왜 우리는 길을 잃는가’라는 질문을 전면에 내세운다. 빠르게 달릴수록 커지는 불안, 적응을 강요하는 사회가 만드는 무기력, 그리고 그 틈에서 발생하는 느린 몸짓을 ‘속도와 그림자’라는 키워드로 밀어붙인다. 제목 속 ‘도시늘보’는 빨라야만 살아남는다는 규범에 맞서 느림으로 버티는 존재이자, 결국 도시의 시스템에 의해 경계로 밀려난 사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전작과의 계보도 분명하다. 1편 격인 ‘판다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다’가 판다의 진화상으로 인간 사회의 욕망과 억압을 비튼 데 이어, 이번에는 속도 경쟁을 삶의 조건으로 강제하는 도시를 정면으로 겨눈다. 전작은 2024년 동아연극상 후보에 오르며 실험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고, 신작은 그 미학을 ‘표류’의 감각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문제의식을 이어간다.

예매 채널은 별도 공지 없이 운영된다. 제작진은 “연극 자체를 매개로 관객의 몸과 호흡을 흔들어, 각자 삶의 속도계를 다시 조정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 기간 동안 극장 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밀도의 기록을 남기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도시늘보 표류기’는 극장의 어둠 속에서 관객에게 길을 잃을 권리—그리고 다시 방향을 잡을 용기—를 요청하는 작업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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