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제25회 동리대상 수상자 김청만 명인(고창군 제공)
[시사의창=최진수기자] 판소리의 심장이라 불리는 ‘고법(鼓法)’의 세계에서 반세기 넘게 한길을 걸어온 김청만 명인(79,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고법 보유자)이 제35회 동리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단법인 동리문화사업회(이사장 신유섭)는 최근 동리대상 심사위원회를 열고 “김청만 명인은 평생을 판소리 고법의 예술적 완성도와 전승에 헌신해온 인물로, 판소리 진흥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동리대상은 대한민국 판소리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판소리의 창자, 고수, 연구자, 혹은 진흥에 기여한 자를 매년 선정해 상장과 상금을 수여한다. 올해로 35회를 맞은 동리대상에서 고법 부문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제8회 정철호, 제15회 김성권에 이어 다시 고수의 이름이 새겨진 셈이다. 이처럼 고법 부문 수상은 드물다. 그것은 고법이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판소리의 생명줄이자 예술의 본질을 조율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김청만 명인은 1946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소리의 바다에서 젊음을 보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고수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부산예술대학교 한국음악과 교수,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등을 역임했다. 2007년에는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으며, 2013년에는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고법 보유자로 지정되며 명실상부한 ‘고법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그는 북 하나로 소리꾼의 호흡을 읽고, 판 전체를 끌어가는 사람이다. “고수는 단순히 장단을 맞추는 존재가 아닙니다. 창자의 감정선을 북으로 이끌고, 여백을 채워 판 전체의 호흡을 만드는 사람이지요.” 김 명인이 평생을 두고 전하는 예술 철학이다. 판소리에서 ‘일고수 이명창(一鼓手 二名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창의 소리만큼이나 고수의 장단이 중요하다. 그의 손끝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는 단순한 장단이 아닌, 소리꾼의 감정과 관객의 숨결을 이어주는 매개다.
김 명인은 평생을 현장에서 보냈다. 공연장과 연습실, 강의실을 오가며 전국 각지에서 후학을 길러냈다. 그는 “소리꾼이 북을 믿어야 진짜 판이 산다”며 제자들에게 북의 철학과 예술을 가르쳤다. 그가 길러낸 제자들 중 다수는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고수로, 또는 교육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교육 현장은 언제나 살아 있는 전통의 산실이었다.
그의 인생은 오롯이 판소리 고법 하나로 이어졌다. 북을 메고 전국 공연장을 다니며 명창들의 판을 받쳐줬고, 때론 자신이 연출가처럼 무대를 이끌었다. 김 명인의 북소리는 힘과 절제가 공존한다. 단 한 번의 장단에도 정확한 호흡과 감정이 담긴다. 그의 연주는 기술이 아니라, 인생의 농축된 호흡이다.
그의 헌신은 단지 개인의 예술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전통예술의 뿌리를 지키고, 지역 전승의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후학 양성과 문화교육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까지도 전국 공연과 강연을 이어가며, 판소리 고법의 교육 체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한 후진들에게 고법의 미학과 철학을 전하기 위해 전승 자료를 집대성 중이다.
김청만 명인은 “판소리의 완성은 고수의 장단에서 비롯된다. 고법은 소리꾼을 받치는 예술이지만, 동시에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중심”이라며 “이 시대에도 전통이 단절되지 않도록, 젊은 세대가 북의 호흡을 통해 판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한 예인의 업적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판소리의 근간을 이루는 고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이기도 하다. 동리문화사업회 관계자는 “김 명인은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판 전체를 읽고 조율하는 예술가로서 한국 전통음악의 정수를 보여준다”며 “그의 수상은 판소리계 전체의 자부심이자 후대에 전통예술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6일 오후 2시, 전북특별자치도 고창 문화의전당에서 개최된다. 이 자리에는 국악계 주요 인사와 문화예술 관계자, 지역민들이 참석해 김청만 명인의 공적을 축하할 예정이다.
이제 80세를 앞둔 김청만 명인은 여전히 무대 위에서 북을 잡는다. 그 손끝에서 울려 나오는 장단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예술의 울림이다. 그는 여전히 묵묵히, 그리고 정확히 박자를 세며 말한다.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울려야 진짜다. 북은 그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다.”
그의 한마디, 그의 한 장단이 곧 예술의 본질이다.
김청만 명인의 ‘동리대상’ 수상은 그가 지켜온 북의 울림이 시대를 넘어 전해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 가을 하늘 아래, 그의 북소리가 다시 울릴 날이 머지않았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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