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광복 80주년을 맞아 ‘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문화관(관장 김병학)은 한 세기 동안 이어온 고려인 한글문학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한글문학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후, 중앙아시아 각지에서 고려인들이 한글로 써 내려간 문학 작품과 신문, 문예지 등을 한자리에 모아, 디아스포라 속에서 지켜온 언어와 정신의 역사를 조명하는 자리다.

기획전에서는 중앙아시아 고려인 문학을 이끈 최영근(1939)을 비롯해 남해룡, 송진파, 리길수, 남경자 등 여러 문학인의 작품과 자료를 선보인다. 특히 최영근은 1970~1980년대 고려인 문학의 제3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디아스포라 문학의 중요한 흐름을 남긴 인물이다.

*고려인 3세대 극작가 ‘최영근(1939)’ /사진=고려인마을 제공

1937년 강제이주로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고려인 공동체 속에서 태어난 그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립 고려극장 문예부장으로 활동하며 희곡과 소설, 평론을 집필했다.

또한 고려극장의 역사를 정리한 저서 『고려극장의 역사(2007)』를 공동 집필하며, 한 세기 가까이 이어진 고려극장의 연극사를 집대성했다.

최영근은 단순한 극작가가 아니라 조국의 기억을 글로 세운 예술인이었다. 그의 작품은 강제이주와 망명, 조국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민족 정체성의 회복을 주제로 전개된다.

『고려문화』 등 한글 문예지에 발표한 평론과 수필 속에서 그는 “언어를 잃으면 영혼을 잃는다. 우리가 다시 쓰는 글자는 살아 있는 조국이다.”라고 고백했다.

이 문장은 단지 한 작가의 신념이 아니라, 낯선 황무지에서 언어를 지키며 살아온 고려인 공동체 전체의 정신을 대변했다. 글을 쓰는 행위는 곧 조국을 기억하는 일이었고, 문학은 존재의 증거였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글로 남은 조국의 기억’을 주제로 구성되었다. 전시 공간에는 고려일보(구 레닌기치)의 문예면 원본, 희곡 대본, 고려극장 공연 사진 등이 함께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은 고려인 문학이 지닌 역사적 깊이와 예술적 의미, 그리고 그 속에 깃든 한글의 생명력을 직접 느낄 수 있다.

김병학 고려인문화관장은 “중앙아시아 황무지에서도 한글을 잃지 않으려 한 문학인들의 노력이 오늘의 고려인 공동체를 있게 했다.” 며 “이번 전시는 잊혀진 이름들을 다시 불러내고, 우리 모두의 역사 속에 그들의 이야기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 고려인마을은 강제이주 역사와 언어의 상처 속에서도 한글을 지켜온 고려인 선조들의 삶을 기록하고, 문학과 예술을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한글문학 기획전’은 그 노력의 연장선으로, 역사와 예술, 공동체의 기억이 교차하는 문화적 플랫폼으로 평가되고 있어, 전시는 내년 3월까지 고려인문화관 2층 전시실에서 상설 운영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문의: 고려인문화관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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