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마치고 귀국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6일 오전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한미 관세 협상 관련 후속 협의를 이어갔다./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미국의 주요 수입국 순위에서 한국이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순위로 떨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자동차와 철강, 기계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가 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동안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756억 달러(약 107조7천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전체 수입액의 3.7%에 해당하며, 한국은 10위에 머물렀다.

올해 미국의 주요 수입국 상위권은 멕시코(15.0%)와 캐나다(11.2%), 중국(9.4%)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이어 베트남(5.2%), 대만(4.9%), 아일랜드(4.6%), 독일(4.5%), 일본(4.2%), 스위스(4.2%)가 뒤를 이었고, 그 뒤를 한국이 이었다.

문제는 순위 하락 폭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은 미국의 7대 수입국으로 전체 수입의 4.0%를 차지했다. 그러나 불과 1년 사이에 10위로 밀려나면서 1988년 이후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2009년 이후 15년 동안 꾸준히 6~7위를 유지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하락세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전면적 관세 강화 정책이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며 “경쟁국 대비 회복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한국보다 아래에 있던 대만, 아일랜드, 스위스가 올해는 모두 한국을 추월했다. 이 중에서도 대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대만은 지난해 미국 수입국 순위 8위(3.6%)에서 올해 5위(4.9%)로 상승했다.

대만 역시 미국과의 관세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부 품목에 20%의 임시 관세가 적용되고 있지만, 주력 품목인 반도체는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상대적으로 수출 피해가 적었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와 철강, 일반기계 등 핵심 산업이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또한 비슷한 구조적 한계를 보였다. 지난해 5위였던 일본은 올해 8위로 밀려나며, 제조업 중심국들의 수출 경쟁력이 미국의 관세 장벽 앞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연합뉴스

관세 영향은 최근의 수출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 8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2.1% 급감했으며, 자동차는 3.5%, 자동차부품은 14.4%, 일반기계는 12.7% 각각 줄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가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전기차 중심의 미국 수출 물량을 조정하고 현지 공장 생산 비중을 늘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이 9월 전체 수출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만큼은 감소세를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박정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나 무선통신기기처럼 관세 예외 품목은 수출이 늘었지만, 자동차·철강·기계 등 관세 부과 품목의 부진이 전체 흐름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연말까지 대미 수출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한국 수출 구조의 취약성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 관세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 회복의 시점은 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용일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